[미니 인터뷰 #05] 심우도 <우두커니>


Q. 최윤주

심. 심흥아

우. 우영민


Q. 두 분,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심우도입니다. ‘심우도’는 ‘심흥아와 우영민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심흥아는 주로 이야기를 만들고, 우영민은 주로 그림을 그립니다. 저희는 8년 차 부부이고, 세 살 된 아이와 함께 청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심흥아는 2008년에 만화 <우리, 선화>로 데뷔해서 만화작업을 이어 왔고, 우영민은 만화책 편집자로 일하다 2016년 심우도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해 모두의 안부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마음 바다>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에서 작업을 하는데,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와 함께 보내거나 집안일을 하고요. 아이가 잠든 뒤 밤에 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시간이 부족해서 웹툰 연재는 못 하고, 월간 잡지 연재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지만, 아이가 한창 밖에 나가고 싶어 할 나이라 조심조심 외출하고 있네요.


Q. <우두커니>는 어떤 작품인가요? 개정판에 대한 설명도 함께 부탁드려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의 시간을 담은 이야기예요. 저희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통해 얻었던 것들을 담았습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땐,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지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깊이 공감해 주셨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희가 다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업하는 동안 참 힘들었는데,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건 독자님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눈 덕분인 것 같아요. 

<우두커니> 초판은 양장본인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제작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개정판을 만들었는데요. 개정판은 무선제본으로 바꾸면서 책값을 내렸고, 표지 디자인도 바꿨습니다. 양장본이 주는 무게감이 좋긴 하지만, 책값이 좀 부담이 됐거든요. 독자님들이 부담 없이 구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자전적인 이야기를 공동으로 작업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만화에서는 승아가 일기 쓰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만화 자체가 ‘함께’ 일기를 쓰는 과정 같았거든요.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심- 제가 이야기를 만들고 콘티를 짜면, 우영민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편집을 합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말씀하신 것처럼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해요. 머릿속에 저장해둔 상황들과 가슴속에 넣어둔 느낌을 잘 버무려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실제 일기나 메모를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이야기가 나오면 대략의 내용을 남편에게 풀어놓습니다. 남편이 이야기의 첫 번째 독자가 돼요. 그의 느낌을 듣고, 만화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기면 저는 콘티 작업에 들어갑니다. 콘티가 나오면, 남편이 그림 작업을 시작하고요. 그림이 완성되면 함께 수정할 부분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편집합니다.


Q. 승아의 ‘내 일’을 ‘우리 일’로 받아들이는 영우와 그런 영우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충분히 느끼는 승아의 모습에서 서로를 향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도 좋았고요. 만화를 그리는 동안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나요? 두 분의 이야기를 각각 듣고 싶어요.

함께 작업하면서 다투는 일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가끔 갈등이 있긴 하지만, 잘 푸는 편이에요. 아마도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잘 넘기게 해주는 것 같아요. 


심- 남편이 편집자로 일할 때, 제 만화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이야기와 콘티를 믿고 존중해주는 것 같아요. 콘티를 내밀면 거기에 대해 어떤 수정도 요구하지 않고,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주거든요. 간혹 좋은 장면이 연출되면 칭찬을 아끼지 않고요. 


우- 심흥아 작가는 굉장히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거나, 잔소리 같은 걸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다고 할까요. 그런 점이 굉장히 큰 힘이 돼요. 저는 작가로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이렇게 만화를 그리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건 심흥아 작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Q. 그림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는데요. 전작인 <카페 보문>과 연속성이 느껴지면서도 완전히 다른 작화를 보여주셨어요. 작업하면서 유독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우- 저희가 <우두커니>의 그림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간결함’이었어요.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할 수 있는 그림체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전작인 <카페 보문>보다 그림체를 조금 더 단순화하고, 채색도 매 화마다 어울리는 단색을 사용했어요. <카페 보문>이 심흥아 작가의 그림체와 분위기가 더 많이 녹아 있는 반면, <우두커니>는 조금 더 제가 편하게 그릴 수 있는 스타일로 바꿔 봤어요. 다행히 심흥아 작가도 <우두커니>의 그림체를 마음에 들어했고, 결과적으로도 작품과 잘 어울려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승아의 어린 시절 등 직접 보지는 못한 두 사람만의 순간을 그릴 때는 또 다른 느낌이셨을 듯해요. 완성된 그림을 받아본 심흥아 작가님의 마음은 어떠셨을지도 궁금하고요.

우- 승아의 유년 시절을 그리는 작업을 하다 보면, 심흥아 작가의 감정보다 아버님(장인어른)의 감정에 더 공감했던 것 같아요.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그걸 통해서 제가 알지 못했던 아버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치 심흥아 작가의 행복한 유년기를 저도 함께 지나온 느낌이에요.


심- 사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아주 오래전 제 단편에도 실었었던 장면인데요. 그 당시 제가 그렸던 것보다 남편이 그린 <우두커니> 속 장면이 더 좋게 느껴졌어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더 생생하고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Q. 만화로 남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은 장면이 있다면 한 장면 꼽아주시겠어요?

심- 아버지와 무심천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장면이요.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금세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지금 떠올려도 그때 그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네요. 가끔 <우두커니>를 펼쳐 보는데, 이 장면과 마주치면 아버지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라요. 


Q. 얼마 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우두커니> 온라인 전시회가 열렸었죠? 어떠셨어요.

코로나로 오프라인 전시가 취소된 건 아쉬웠지만, 온라인 전시도 새롭고 좋았습니다. VR로 보는 방식도 실감 났고, 박철민 배우님의 전시해설도 감동적이었어요. 전시를 보신 주변 분들의 반응도 좋더라고요. 



Q. 전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두커니>는 치매를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로서 고민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심흥아 작가님께서는 예전에 카페를 운영하실 때도 친환경, 반(反)경쟁을 위해 고군분투하셨다고요. 사회적 차원의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신 듯해요.

심-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고통받는 가족들도 많아지면서 제도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치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하는 우리의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환경과 마음이에요.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편의와 타협하게 되는 일이 자주 생겨서 잘하고 있진 못하지만, 항상 환경에 대해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음 수양을 위해서는 관련된 책도 보고, 사색도 하며 나름의 공부를 해왔는데요. 아버지와 지냈던 시간도 그랬지만, 아이의 엄마로 사는 요즘, 매 순간이 마음 공부 시간이네요. 


Q. 그러한 고민이 만화를 그리는 데도 반영될까요? 카페를 운영할 때처럼, 만화가로서 지키고자 하는 원칙 같은 게 있으신가요?

심- 많은 부분 반영되고 있어요. 이야기를 만들 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기는데, 그 메시지는 저의 가치관과 이상향에서 출발하니까요. 내가 그린 만화와 동떨어지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근데 이 점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것 같아요. 보통 제 경험을 만화에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닮을 수밖에 없어요. 만화를 그릴 때 꼭 지키려고 하는 건,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자는 거예요. 쉽지만 깊이 있는 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해요. 


Q. 웹에 연재된 <우두커니>의 후기에서는 두 분 다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셨어요. 혹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차기작은 어떤 소재와 분위기일까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저희 둘 다 많이 밝아졌어요. 원래 어둡지는 않았지만, 어린애와 놀다 보니 더 명랑해지는 것 같아요. 정해진 차기작은 없지만, 아마 앞으로도 저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을 것 같아요. 육아가 될 수도 있고, 환경이나 마음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요. 긍정적이고 밝지만, 가볍지 않은 깊이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책을 구매해주실 독자분들께 ‘두’ 마디 부탁드립니다.

심- 이제 겨울이네요. <우두커니>를 보시는 동안 따뜻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 <우두커니>가 독자분들께 좋은 선물이 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