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 #04] 불키드 <정리의밤>

Interviewer 성인수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만화가 불키드입니다. 주로 레진코믹스에서 단편 만화를 연재하다가 2016년부터 육아로 잠시 연재를 쉬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 작업과 단행본 만화 작업을 병행하다 2019년에 “삐약삐약북스” 라는 독립 만화 전문출판사를 차렸습니다. 삐약삐약북스의 첫 책으로 2018년에 작업했던 <정리의밤>을 19년 겨울에 출간했네요. SideB 에서 먼저 <정리의밤>을 유통 문의를 주셔서 무척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원래 꼭 유통하고 싶었던 채널이었습니다.


Q. 우선 하나 정리하죠. '불키드'라는 필명 전에 '노키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잖아요. 

2017년 전까지는 “노키드”라는 이름으로 작가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는 안돼’라는 뜻이 아니라 ‘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작가 닉네임을 만들었을 때는 2006년 정도였는데요. 2008년에 코린마이에르 작가의 ‘노키드’라는 책이 나온 뒤로 노키드 라는 용어가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닉을 바꿔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었기에 이미 몇 년 동안 활동한 이름을 굳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 아이를 낳고, ‘노키드’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곳에서 더 이상 그 이름을 붙잡고 있기에는 부끄러웠기에 작가 이름을 ‘불키드’로 변경하였습니다. 마침 만화가인 아내의 작가 닉네임도 ‘불친’ 이었기에 저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불키드’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Q. 이번에 작업하신 <정리의밤>은 어떤 작품인가요?

<정리의밤>은  제가 지금까지 한 모든 작업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렵게 나온 작품입니다. 2017~2018년은 그 당시 육아를 하면서 근근이 일러스트 외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간 만화연재를 하며 육아를 하기에는 저의 작업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었고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 육아를 지속했습니다. 2017년 봄이 되서야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조금씩 만화 작업을 할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던 중  오래전에 짤막하게 써 두었던 언젠가 그려야지 생각했던 이야기 <정리의밤>의 스토리를 다시 읽고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리의밤>은 30대인 주인공이 차를 렌트하여 전국으로 흩어진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30대가 넘은 친구들이 아직도 20대의 고민을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쓴 이야기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어 많은 부분을 고쳤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현재의 <정리의밤>입니다. <정리의밤>을 1.2화를 작업하여 아내에게 보여주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시간을 내서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고 아내에게 부탁했고 <정리의밤>을 8화로 완결 내는 반년 정도의 기간동안  집안의 경제를 아내가 책임지고 이끌어주었습니다. 아내가 집안을 지켜주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었던 작품이지요 <정리의밤>은. 이 자리를 빌려 아내 불친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Q.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발표하셨는데 처음 말씀하셨던 것보다 분량이 더 늘어났습니다?

위에 이야기했지만 <정리의밤>은 아내가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동안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8화를 그릴 쯤에는 이번 화에 꼭 끝내고 만다는 결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았지만, 부랴부랴 급하게 끝을 내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정리의밤> 책을 만들게 되면서 12페이지 정도의 추가 분량을 그릴 계획이었는데요. 책을 내기까지 딜레이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풀려진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나니 48페이지가 되었습니다. 고민을 좀 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결성 있는 끝을 내고 싶었습니다.


제 데뷔작인 <8군플레이그라운드쑈>는 지원사업에 당선되어 12화로 끝나는 계약이었지만 사실은 50화짜리 이야기였습니다. 기쁘게도 지원사업 당선으로 작품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12화 만에 끝내야 한다니, 어쩐지 기쁘면서도 슬픈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5화 정도의 추가 분량을 자비로 어시를 써가며 완결을 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게 완결을 했고 그 덕에 <8군플레이그라운드쑈>가 단행본으로도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한 뒤로 가능하면 추가 분량이 발생할 때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프로작가로서의 올바른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


Q. 음악과 함께하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음악과 함께 발표하신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 [꽃과벌] 이라는 밴드 활동으로 2014년에 ep, 2017년에 1집을 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사를 하고 결정적으로 육아를 하게 되면서 밴드를 쉬게 되었어요. 그렇게 전문적으로 음악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음악도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운동선수가 운동하고 만화가가 그냥 별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는 영역 말이죠. 


만들어진 곡들은 많지만 녹음까지 해서 발표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여건이 빠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을 내게 되면서 전라북도청의 ‘문예지 지원사업’ 의 도움을 받아 인쇄비를 충당했고 텀블벅펀딩을 통해 녹음 비용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만화와 음악 양쪽을 다 할 수 있는 입장에서는 두 개를 결합하는 건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습니다. 



Q. <정리의밤>과 함께 발표하신 3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어디서 들을 수 있는지도요.

꽃과벌 2nd EP [정리의밤]에는 ‘나무들처럼/방과후/도깨비불’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정리의밤을 처음부터 타깃으로 하여 만든 곡들은 아니지만, 그동안 만든 곡 중에 정리의밤 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3곡들을 수록했습니다. 만화의 주인공이 여성이었기에 음악의 화자도 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성 보컬을 섭외해서 녹음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섭외에 시간적 한계가 있었기에 타이틀곡 ’나무들처럼’ 만 밴드의 키보드였던 서노 누나가 불러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부르게 되어 무척 아쉽습니다.

 

사실 3번 트랙 ‘도깨비불’이 타이틀곡이었지만 남자 보컬이 화자인 노래를 앨범의 타이틀로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도깨비불’은 만화 중간에 주인공 큰해은이 노래로 부르기도 했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나중에 꽃과벌 2집을 내게 되면 여성 보컬을 섭외하여 재녹음을 할 계획이 있습니다. 음원은 비스킷사운드에서 유통을 도와주셔서 멜론, 벅스, 지니, 애플뮤직 등등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꽃과벌” “정리의밤” 으로 검색 하시면 들을 수 있습니다.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 실물 CD도 구매 가능하십니다.


꽃과벌 2nd EP [정리의밤]_ Youtube Link


Q. 평소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앞으로도 이렇게 병행하실 건가요?

저는 하루종일 음악을 듣는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자제하지요. 20대에는 잘 때도 아주 작은 볼륨으로 음악을 틀고 잤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있어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자는 아기를 깨우는 건 작은 하마를 건드리는 일과 비슷한 일이니까요. 만화와 음악은 항상 같이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의 정점이 애니 또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남들과 협업하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고 큰돈을 다루는기에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 포기했습니다. 지금처럼 만화를 내고 음악을 내고 하는 일에 만족합니다. 


Q. 이번에 <정리의밤>을 작업하시면서 '삐약삐약 북스'를 만드셨더라고요?

네, 삐약삐약북스 라는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자가로 찍어서 공적으로 팔 수 있는 ISBN 인증을 받으려면 출판사를 차려야 하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진짜 출판사 활동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류작업은 너무 싫지만요. 그래도 사업체를 차리게 되어 편한 점도 있습니다. 아이 어린이집 종일반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요. 급할 때 1시간이라도 아이를 더 맡기고 일을 하려면, 1개월마다 내가 ‘일’이라는걸 하고 있다는 증명을 해야 했습니다. ‘계약서’ 또는 어떤 ‘증명서’를 준비해서 동사무소에 제출하고, 서류가  미비하면 또 전화하고 알아보고 검색하고 또 동사무소 가서 서류 제출하고. 이렇게 매달 동사무소를 2년 정도 들락날락했습니다. 출판사를 차리게 되어 개인사업자가 되니, 동사무소에 매번 내가 프리랜서지만 놀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증명을 안 해도 돼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Q. 출판사 설립과 함께 현재 서울이 아닌 곳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고 그곳에서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와 연결되는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소개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일단 <정리의밤> 에서도 서울을 떠난 주인공이 충북 단양, 전북 군산, 전남 순천을 방문하기도 하는데요. 지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관심이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문화 권력이 서울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를 시작한 뒤로 <정리의밤> 책을 오프라인으로도 유통하기 위해서 전국의 독립서점을 파악해 보았는데요 한국에 900개 정도의 독립서점이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 800개의 독립서점은 수도권에 있습니다. 


인디음악씬도 모두 알듯이 ‘홍대’ 하나로 설명될 만큼 지역에는 부산을 제외하고는 ‘로컬 음악 씬’이라는 게 유의미하게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번에 아내와 함께 시작한  삐약삐약북스는 전북 군산에서 자리를 잡았고, 지역에 관련된 주제로 만화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화책이기도 하고 지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너무 관광용 책자같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책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사시거나 오래 거주한 경험이 있는 작가님들을 섭외하여 아홉 도시의 이야기를 아홉 명의 만화가들이 아홉 권의 단행본으로 낼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콘텐츠를 만들고 개발하는 데 도움을 되었으면 하기도 하고, 제가 군산에 사는 동안 제가 사는 동네에 대한 만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몰라서 제가 직접 그리기로 했습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만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일러스트, 영화, 소설 어떤 콘텐츠이건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릇들을 찾는 사람들이 작가이지요. 저의 그릇은 만화와 음악입니다. 


Q. 불키드라는 작가가 만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철학?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새드엔딩을 싫어해서요, 가능하면 작중의 주요 등장인물은 소외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면서 중구난방이 되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가거나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Q. 불키드라는 만화가 또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지금 왜 필요할까요? 

제가 누군가에게나 시국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작품 속에서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이나 알려졌으면 하는 이슈들을 내용 속에 담아내려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정리의밤>을 구입해주실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0대에서 20대에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폭발적으로 확장이 되는 걸 경험합니다. 하지만 30대를 넘어서면 그 관계들이 대부분 정리되고 정말 중요한 관계는 아주 조금만 가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관계의 수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경험을 하는 분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SideB 라는 특별하고 귀한 곳에 <정리의밤>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셔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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