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2023년 6월 30일 19시
2. 장소: SWA 서울웹툰아카데미
3. 영업 작품
O 제이슨 시가 <민와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692424
<민와일>은 굉장히 독특한 만화다. 처음 나온 건 2010년/13년이지만 한국에선 올 4월에 발매되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게임 만화다. 맨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 ‘아이스크림 무슨 맛 먹을래?’하는 질문이 등장하는데 거기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고르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고르냐에 따라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는 만화다. 물론 다른 페이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페이지들을 스킵해 가며 내용이 진행되고. 그 사이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이 흘러가는 식이다. 작가가 수학과를 나와서인지 딱 보면 만화에서 계산의 냄새, 수학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선택지 중에 해피엔딩은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끝장나는 결말이다. 신기한 만화다.
그래서 그냥 봤을 때는 진짜 어지러운데, 책이라는 물성을 굉장히 잘 살린 작품이라 좋아한다. 이 작품을 디지털로 본다고 가정하면 아마 클릭이나 하이퍼링크를 통해 이동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책이어야만 하는 요소들을 갖췄다는 지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엔 나온 지 두 달도 안 되기도 했고,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
O 토마토수프 <천막의 자두가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288506
일본에 존재하는 여러 만화상 중 ‘이 만화가 대단해!’라는 상에서 올해 여성 부문 1등을 차지한 작품이다. 표지를 보면 바로 알겠지만, 요즘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올드한 그림체다. 딱 봐도 데즈카 오사무 직계 스타일인. 이 사람의 데뷔작도 이북이 있어서 사서 봤는데 살짝 교양만화에 재미를 더한 스타일이더라. 그러면서도 완전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는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어떤 요소들을 요즘 스타일에 맞게 맞춰서 들고 오는 작가라 추천한다.
O 마영신 <호도>
https://webtoon.kakao.com/content/%ED%98%B8%EB%8F%84/3264?tab=episode
카카오웹툰에서 최근 완결 난 작품이다. 여자 주인공의 어렸을 때부터의 일대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스토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주인공이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이야기다, 여러 폭력적인 관계 속에서 인물이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룬다. 정말 괴로울 것 같은 상황들이 주인공에게 계속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를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사건을 겪는 인물의 심리를 무덤덤하게, 전개해 나가는 형식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인물과 사건을 조명하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극대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영신이 이런 작품, 이런 이야기까지 다루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보다 더 길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난 느낌이라 그게 좀 아쉽다.
O 이와모토 나오 <금의 나라 물의 나라>
https://ridibooks.com/books/1019012356?_s=search&_q=%EA%B8%88%EC%9D%98+%EB%82%98%EB%9D%BC+%EB%AC%BC%EC%9D%98+%EB%82%98%EB%9D%BC&_rdt_sid=search&_rdt_idx=0
동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다. 요즘 그런 풍(지브리 느낌의)의 만화에 빠져 있어서 가져왔다.
내용은 A나라와 B나라가 사이가 좋지 않아 사소한 분쟁으로 전쟁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나라의 전쟁을 본 신은 두 나라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명령을 내린다. 그게 무엇이냐면, 각자의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와 가장 현명한 청년을 결혼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을 보면 각 나라에서 상대 나라로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를 보낸다. 이 사실이 각국에 알려지면 도로 전쟁이 날 게 뻔하니까, 원래 현명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던 나라의 공주는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려 한다. 그렇게 얽히고설키며 나아가는 이야기다. 작화가 매우 준수하고 그림이 주는 동화적인 분위기도 좋다.
그리고 페이지 만화 특유의 칸 연출이 잘 보이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에 끝나는 단편이라 이야기가 간단명료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성인용 동화 느낌의 작품이다.
O 야스다 스즈히토 <부츠레그>
https://ridibooks.com/books/505063906?_s=search&_q=%EB%B6%80%EC%B8%A0%EB%A0%88%EA%B7%B8&_rdt_sid=search&_rdt_idx=0
작가의 이력을 먼저 말하고 작품 설명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작가인 야스다 스즈히토는 원래 <듀라라라>로 유명한 나리타 료우고라는 라이트노벨 작가의 작품에 표지나 삽화 일러스트를 주로 담당하던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벚꽃사중주>라는 작품을 통해 나중에 만화가로 데뷔한 작가다. 그래서 본인이 글 그림 모두 담당하는 만화에서도 라노벨 쪼가 엄청 심하다. 특히 자주 협업하던 나리타 영향을 많이 받아 이상한 만화들을 그리고 있다.
<부츠레그>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어느 날 어떤 ‘장갑’이라는 존재에게 가족과 자신의 왼발을 빼앗기면서 시작되고, 그 장갑들을 물리치고 원수를 갚는 게 중요한 스토리다. 이 골조만 딱 보면 완전히 정석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인데, 원수를 갚을 때 쓰는 게 ‘구두(다리)’라 캐릭터들이 모든 공격을 다리로만 수행한다든가 하는 특이한 설정이 좀 있다. 보면서 이거 만화로 그리는 것보다 소설로 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장면도 있고, 보다 보면 반대로 아 이건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 이미지로 보여줘야만 했겠다 싶은 부분들도 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잘 보이는 만화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재밌게 본 디테일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다 추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가져오게 되었다.
O 강태진 <사변괴담>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804783
<사변괴담> 중에서도 2번째 에피소드 ‘첩’ 편을 소개하고 싶다. 지금 무료분이 다 풀려서 보기 딱 좋은 시기 같다. 진짜 18화만에 내용을 이렇게 끌어낼 수 있나? 싶었던 에피소드다.
우선 인물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리는 작가님이라 각자의 행동기제가 정말 잘 이해된다. 바람을 피워서 첩을 들이려 하는 사람이나, 짝사랑 때문에 사람을 찌를 각오를 한 사람이나, 자기 욕심대로 무언가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여럿 나오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면에서 역풍이 몰아쳐서 어 이렇게 되네?! 하고 끝에 가서 놀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결말부를 보고 앞을 돌아보면 관련된 떡밥이 다 주어져 있어 놀랍다. 공포물이라 귀신도 무척 잘 그려져 있는데, 사실 이 에피소드는 괴담보다는 사람들을 다루려는 측면이 강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귀신은 이용당한 느낌? 엔딩이 진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O 각본 최은영, 제작 레드독컬처하우스 애니메이션 <그 여름>
https://laftel.net/item/40366/%EA%B7%B8-%EC%97%AC%EB%A6%84
소설가 최은영의 동명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라프텔에는 7부작으로 업로드되어 있고, 1시간짜리로 합쳐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버전이 있다.
수이와 이경이라는 두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수이는 갈색머리와 갈색 눈을 가지고 있는 범생이 캐릭터고, 이경은 축구부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짧은 머리 캐릭터다. 수이가 이경이 찬 축구공에 맞아서 서로를 인식하는 게 둘의 첫 만남이다. 그래서 이경은 미안하다고 매일 딸기우유를 주면서 수이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고, 결국 연인 관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둘은 커서 서울로 함께 상경하게 되고, 수이는 대학생이 되지만 이경은 부상으로 인해서 선수가 되지 못하고 정비사 공부를 시작한다. 스토리는 여기까지만 설명하는 게 좋겠다.
배경이 2000년대다. 2G폰을 쓰던 시절. 이 시대는 여성이 무시당했던 시기이고, 동시에 동성 간의 만남이 당연하게 문제라 여겨지던 시기다. 남들과 다른 게 문제라는 잣대가 만연했던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경이 부상을 당한 것도 같이 축구하던 남자 선수가 여자라고 이경을 싫어해서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고. 그 점을 생각하고 보면 더 잘 들어오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한지원 작가님이 공지영의 에세이도 애니로 옮긴 적 있는데, 이번 작품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그렇게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작품 내의 스토리나 주제를 생각하면 정말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하고 싶다.
O 조희연 <뜻밖의 개인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068187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만화책보다는 구술사적인 기록에 가까운 작품이다. 저자로 등록된 조희연을 포함해 실제 조씨 형제-가족들이 그린 작품이다. 개인사가 집단사가 되는 역사적인 작품을 개인의 시점에서 풀어낸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삶의 일대기나 디테일을 다룬 작품이고 스타일이 만화보다는 미술 작업에 가깝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작중에서 여러 가지 개념들을 다루고 있어서 특히나 재미있게 봤다.
O 수지 홉킨스 글, 할리 베이트먼 그림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84902353
엄마의 다정한 알려줌이 담긴 작품이다. 현실적인 알려줌과 상대의 마음에 감성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가르침, 슬픔을 쏟아내는 방법 등 애도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 겪기 위해 대비할 수 있는 모든 디테일들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만화책보다는 그림책에 가깝고, 그림책 중에서도 글이 많은 느낌이다. 나에게는 판타지적인 엄마의 존재를 보여주는 만화였다. 애도의 과정을 겪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니까) 겪을 예정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1. 일시: 2023년 6월 30일 19시
2. 장소: SWA 서울웹툰아카데미
3. 영업 작품
O 제이슨 시가 <민와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692424
<민와일>은 굉장히 독특한 만화다. 처음 나온 건 2010년/13년이지만 한국에선 올 4월에 발매되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게임 만화다. 맨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 ‘아이스크림 무슨 맛 먹을래?’하는 질문이 등장하는데 거기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고르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고르냐에 따라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는 만화다. 물론 다른 페이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페이지들을 스킵해 가며 내용이 진행되고. 그 사이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이 흘러가는 식이다. 작가가 수학과를 나와서인지 딱 보면 만화에서 계산의 냄새, 수학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선택지 중에 해피엔딩은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끝장나는 결말이다. 신기한 만화다.
그래서 그냥 봤을 때는 진짜 어지러운데, 책이라는 물성을 굉장히 잘 살린 작품이라 좋아한다. 이 작품을 디지털로 본다고 가정하면 아마 클릭이나 하이퍼링크를 통해 이동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책이어야만 하는 요소들을 갖췄다는 지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엔 나온 지 두 달도 안 되기도 했고,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
O 토마토수프 <천막의 자두가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288506
일본에 존재하는 여러 만화상 중 ‘이 만화가 대단해!’라는 상에서 올해 여성 부문 1등을 차지한 작품이다. 표지를 보면 바로 알겠지만, 요즘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올드한 그림체다. 딱 봐도 데즈카 오사무 직계 스타일인. 이 사람의 데뷔작도 이북이 있어서 사서 봤는데 살짝 교양만화에 재미를 더한 스타일이더라. 그러면서도 완전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는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과거의 어떤 요소들을 요즘 스타일에 맞게 맞춰서 들고 오는 작가라 추천한다.
O 마영신 <호도>
https://webtoon.kakao.com/content/%ED%98%B8%EB%8F%84/3264?tab=episode
카카오웹툰에서 최근 완결 난 작품이다. 여자 주인공의 어렸을 때부터의 일대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스토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주인공이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이야기다, 여러 폭력적인 관계 속에서 인물이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룬다. 정말 괴로울 것 같은 상황들이 주인공에게 계속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를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사건을 겪는 인물의 심리를 무덤덤하게, 전개해 나가는 형식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인물과 사건을 조명하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극대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영신이 이런 작품, 이런 이야기까지 다루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보다 더 길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난 느낌이라 그게 좀 아쉽다.
O 이와모토 나오 <금의 나라 물의 나라>
https://ridibooks.com/books/1019012356?_s=search&_q=%EA%B8%88%EC%9D%98+%EB%82%98%EB%9D%BC+%EB%AC%BC%EC%9D%98+%EB%82%98%EB%9D%BC&_rdt_sid=search&_rdt_idx=0
동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다. 요즘 그런 풍(지브리 느낌의)의 만화에 빠져 있어서 가져왔다.
내용은 A나라와 B나라가 사이가 좋지 않아 사소한 분쟁으로 전쟁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나라의 전쟁을 본 신은 두 나라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명령을 내린다. 그게 무엇이냐면, 각자의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와 가장 현명한 청년을 결혼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을 보면 각 나라에서 상대 나라로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를 보낸다. 이 사실이 각국에 알려지면 도로 전쟁이 날 게 뻔하니까, 원래 현명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던 나라의 공주는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려 한다. 그렇게 얽히고설키며 나아가는 이야기다. 작화가 매우 준수하고 그림이 주는 동화적인 분위기도 좋다.
그리고 페이지 만화 특유의 칸 연출이 잘 보이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에 끝나는 단편이라 이야기가 간단명료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성인용 동화 느낌의 작품이다.
O 야스다 스즈히토 <부츠레그>
https://ridibooks.com/books/505063906?_s=search&_q=%EB%B6%80%EC%B8%A0%EB%A0%88%EA%B7%B8&_rdt_sid=search&_rdt_idx=0
작가의 이력을 먼저 말하고 작품 설명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작가인 야스다 스즈히토는 원래 <듀라라라>로 유명한 나리타 료우고라는 라이트노벨 작가의 작품에 표지나 삽화 일러스트를 주로 담당하던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벚꽃사중주>라는 작품을 통해 나중에 만화가로 데뷔한 작가다. 그래서 본인이 글 그림 모두 담당하는 만화에서도 라노벨 쪼가 엄청 심하다. 특히 자주 협업하던 나리타 영향을 많이 받아 이상한 만화들을 그리고 있다.
<부츠레그>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어느 날 어떤 ‘장갑’이라는 존재에게 가족과 자신의 왼발을 빼앗기면서 시작되고, 그 장갑들을 물리치고 원수를 갚는 게 중요한 스토리다. 이 골조만 딱 보면 완전히 정석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인데, 원수를 갚을 때 쓰는 게 ‘구두(다리)’라 캐릭터들이 모든 공격을 다리로만 수행한다든가 하는 특이한 설정이 좀 있다. 보면서 이거 만화로 그리는 것보다 소설로 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장면도 있고, 보다 보면 반대로 아 이건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 이미지로 보여줘야만 했겠다 싶은 부분들도 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잘 보이는 만화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재밌게 본 디테일들이 있기 때문에 어디다 추천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가져오게 되었다.
O 강태진 <사변괴담>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804783
<사변괴담> 중에서도 2번째 에피소드 ‘첩’ 편을 소개하고 싶다. 지금 무료분이 다 풀려서 보기 딱 좋은 시기 같다. 진짜 18화만에 내용을 이렇게 끌어낼 수 있나? 싶었던 에피소드다.
우선 인물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그리는 작가님이라 각자의 행동기제가 정말 잘 이해된다. 바람을 피워서 첩을 들이려 하는 사람이나, 짝사랑 때문에 사람을 찌를 각오를 한 사람이나, 자기 욕심대로 무언가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여럿 나오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면에서 역풍이 몰아쳐서 어 이렇게 되네?! 하고 끝에 가서 놀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결말부를 보고 앞을 돌아보면 관련된 떡밥이 다 주어져 있어 놀랍다. 공포물이라 귀신도 무척 잘 그려져 있는데, 사실 이 에피소드는 괴담보다는 사람들을 다루려는 측면이 강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귀신은 이용당한 느낌? 엔딩이 진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O 각본 최은영, 제작 레드독컬처하우스 애니메이션 <그 여름>
https://laftel.net/item/40366/%EA%B7%B8-%EC%97%AC%EB%A6%84
소설가 최은영의 동명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라프텔에는 7부작으로 업로드되어 있고, 1시간짜리로 합쳐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버전이 있다.
수이와 이경이라는 두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수이는 갈색머리와 갈색 눈을 가지고 있는 범생이 캐릭터고, 이경은 축구부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짧은 머리 캐릭터다. 수이가 이경이 찬 축구공에 맞아서 서로를 인식하는 게 둘의 첫 만남이다. 그래서 이경은 미안하다고 매일 딸기우유를 주면서 수이에게 사과하고,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고, 결국 연인 관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둘은 커서 서울로 함께 상경하게 되고, 수이는 대학생이 되지만 이경은 부상으로 인해서 선수가 되지 못하고 정비사 공부를 시작한다. 스토리는 여기까지만 설명하는 게 좋겠다.
배경이 2000년대다. 2G폰을 쓰던 시절. 이 시대는 여성이 무시당했던 시기이고, 동시에 동성 간의 만남이 당연하게 문제라 여겨지던 시기다. 남들과 다른 게 문제라는 잣대가 만연했던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경이 부상을 당한 것도 같이 축구하던 남자 선수가 여자라고 이경을 싫어해서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고. 그 점을 생각하고 보면 더 잘 들어오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한지원 작가님이 공지영의 에세이도 애니로 옮긴 적 있는데, 이번 작품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그렇게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작품 내의 스토리나 주제를 생각하면 정말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하고 싶다.
O 조희연 <뜻밖의 개인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068187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만화책보다는 구술사적인 기록에 가까운 작품이다. 저자로 등록된 조희연을 포함해 실제 조씨 형제-가족들이 그린 작품이다. 개인사가 집단사가 되는 역사적인 작품을 개인의 시점에서 풀어낸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삶의 일대기나 디테일을 다룬 작품이고 스타일이 만화보다는 미술 작업에 가깝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작중에서 여러 가지 개념들을 다루고 있어서 특히나 재미있게 봤다.
O 수지 홉킨스 글, 할리 베이트먼 그림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84902353
엄마의 다정한 알려줌이 담긴 작품이다. 현실적인 알려줌과 상대의 마음에 감성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가르침, 슬픔을 쏟아내는 방법 등 애도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 겪기 위해 대비할 수 있는 모든 디테일들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만화책보다는 그림책에 가깝고, 그림책 중에서도 글이 많은 느낌이다. 나에게는 판타지적인 엄마의 존재를 보여주는 만화였다. 애도의 과정을 겪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니까) 겪을 예정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