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성수동 만화 사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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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2022년 9월 2일 19시

2. 장소: SWA 서울웹툰아카데미


3. 영업 작품


O 시이나 우미 <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https://ridibooks.com/books/297049496?_s=search&_q=%EC%95%84%EC%98%A4%EB%85%B8+%EA%B5%B0&_rdt_sid=search&_rdt_idx=0

딱 오늘(9/2) 리디북스에 이북으로 출간되어서 오전에 보고 왔는데 재미있어서 한 번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학급에서 고립된 유리라는 여자아이가 옆 반의 아오노 군이라는 친구를 좋아하게 된다. 아오노 군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고백했다가 아오노 군이 고백을 받아줘서 사귀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2주 만에 아오노 군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리고 유리의 눈에는 죽은 아오노 군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재미있었던 건 아오노 군이 산 사람의 몸에 빙의를 했다가 나왔다가를 계속 반복하는데, 빙의가 해제되는 조건이 몸의 배설 행위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리의 몸에 처음 빙의했다 나왔을 때는 유리가 생리를 시작했고, 두 번째 빙의했을 때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상태에서 정신이 돌아왔다. 이런 설정들에 더해서 아오노 군이 악령과 같은 모습으로 급변할 때의 오싹한 분위기와 연출이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에 정발이 되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언급이 많았는데, 오늘 리디북스 랭킹을 찾아보니 데일리 순위가 꽤 높은 편이더라. 읽으면 아오노 군이 성불할까 어떻게 될까 하고 뒷 내용이 굉장히 궁금해지기 때문에 쭉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의외였던 건 전개가 상당히 빨라서 7~8권쯤 완결이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지 발매 상황을 찾아보니 이미 9권이 발매되었고 연재도 계속 진행 중이더라. 뒤에서는 또 어떤 내용이 나올까 기대가 된다.

 

 

O 순끼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61722

<치즈 인 더 트랩>으로 유명한 순끼 작가님의 차기작이다. 사실 전작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차기작이 나온다고 했을 때 걱정을 좀 했다. 보통 첫 작품이 너무 히트하면 두 번째 작품은 그보다 덜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치즈 인 더 트랩>하고는 전개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다. 그 점이 조금 의외였고, 신작의 새로운 전개 방식도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계속 보게 되었다.

배경은 98년도, 과거의 한국이다.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나의 언니 오빠들과 비슷하다 보니 가족들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90년대 말 한국의 스타일과 10대 문화가 어땠는지 눈에 잘 보여서 거기에 집중해서 만화를 감상하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무난하고 풋풋한 전개의 순정만화인데, 역시 정석은 정석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미 인기가 상당하고 많이들 봤을 것 같은 만화지만, 혹시나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O 작화 캐러멜, 스토리 네온비 <지옥사원>

https://webtoon.kakao.com/content/%EC%A7%80%EC%98%A5%EC%82%AC%EC%9B%90/1369

엄청난 엘리트였던 지옥의 악마가 어쩌다가 인간계의 서민에게 빙의하게 되어 그 몸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려는 고군분투기를 그리는 만화다. 원래 이 악마는 정말 높은 계급에서만 살아왔는데, 인간의 몸에 빙의해서 처음으로 낮은 계급의 세계에 발 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악마는 빙의된 채 그 계급의 전형성을 깨는 발언을 계속 한다. 사람들이 자기한테 건네는 위로나 걱정 같은 걸 들으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멍청한 거지?” 하는 식으로. 악마의 말이 서민 고순무의 몸으로 발화되어 기존의 통념을 부정하는 게 너무 신박하고 재미있었다. 

악마의 목표 자체는 되게 단순하다. 승진을 거듭해 인간계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맛없는 불행 구슬을 덜 먹는 것뿐이다. 그런데 몸이 살아온 환경과 영혼이 살아온 환경이 완전히 어긋나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전개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클리셰를 깨는 부분이 좋았던 만화다. 아직 안 보셨거나 연재 도중에 하차하신 분들께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


 

 

O 미나미 카츠히사 <더 페이블>

https://ridibooks.com/books/3010000161?_s=search&_q=%EB%8D%94+%ED%8E%98%EC%9D%B4%EB%B8%94&_rdt_sid=search&_rdt_idx=0

제목의 ‘페이블fable’은 영어로 우화를 뜻하는 주인공의 별명이다. 주인공은 일본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전설적인 킬러로, 청부살인 완수율이 100프로에 달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기에 지금껏 아무도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몸담은 조직에서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며 주인공에게 권고사직(?)을 때린다. 주인공에게 앞으로는 킬러가 아니라 일반인의 삶을 살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가짜 신분을 받아 조직에서 찾아 준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후로는 정말 주인공이 평범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전개로 나아갈 줄 알았는데, 그가 내려간 시골 마을이 조직과 친한 또 다른 조직 아래 있는 마을인지라 바람대로 조용하게 살지는 못한다. 오히려 주인공이 갈수록 평범하게 살기가 어려워지는 내용이 연이어 그려지고 있다.

스토리만 들으면 평범한 액션물 같지만, 실제로 이 만화를 보면 <사채꾼 우시지마>를 봤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실질적 주인공이 돈이라면 <더 페이블>의 실질적 주인공은 금전욕을 포함한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욕망이 어떻게 얽히고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게 하는지를 관조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거리를 두고 서술하는 방식 역시 <사채꾼 우시지마>와 비슷해서, <사채꾼 우시지마>의 완결에 아쉬움을 느꼈던 분들이 계신다면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O 이가라시 다이스케 <사루>

https://ridibooks.com/books/1019026594?_s=search&_q=%EC%82%AC%EB%A3%A8&_rdt_sid=search&_rdt_idx=0

<리틀 포레스트>, <해수의 아이>로 유명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사루>라는 만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SARU(猿, 일본어로 원숭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손오공에 관련된 얘기다. 온 세상이 전쟁통에 다 망할 것 같고, 안 좋은 기운이 세계 전역에 흉흉한 상황이 배경이다. 그래서 각지의 주술사들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 만화에는 분명히 악역이 존재한다. 세계를 종말 시키려는 편인 세력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어마무시하게 학살한다. 의아했던 건 그 과정에서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액션도 없고, 벌어지는 사건을 대부분 텍스트 서술로 풀어줬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지?”,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거지?” 싶었는데, 최근 다시 책을 들고 보니 이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최종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은 아주 사소한 배려로도 구원받을 수 있다’ 정도로 정리가 될 듯하다. 그 주제에 공감이 되어서 소개하는 만화다. 지금 시대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다. 악역들이 자연재해로 화하고, 전쟁도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그런 설정이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전쟁이 벌어지고, 코로나라는 역병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현재와 맞물려서 당장 읽기에 적절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O 박용제 <갓 오브 하이스쿨>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318995

조만간 연재가 완결에 접어들 것 같아서 중간에 하차했거나 아직 안 본 분이 계시다면 다시금 추천하고 싶다. 최종 결말부의 최종전으로 들어가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느낌이 강해지긴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챙겨 보던 웹툰 중 하나가 끝나버리려는 걸 보니 한 시대가 저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박수를 치면서 보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는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웹툰인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3대장 중 <노블레스>는 안 보고, <신의 탑>과 <갓 오브 하이스쿨>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챙겨봤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청춘을 함께한 이 작품에 유달리 애착이 가고, 완결의 기미에 마음이 굉장히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다. 아무쪼록 결말까지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O 압듈라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https://ridibooks.com/books/1890000187?_s=instant&_q=%EA%B9%8C%EB%A9%B4%EC%84%9C+%EB%B3%B4%EB%8A%94+%ED%95%B4%EB%B6%80%ED%95%99+%EB%A7%8C%ED%99%94&_rdt_sid=search_instant&_rdt_idx=3&_rdt_arg=%EA%B9%8C%EB%A9%B4%EC%84%9C+%EB%B3%B4%EB%8A%94+%ED%95%B4%EB%B6%80%ED%95%99+%EB%A7%8C%ED%99%94

레진에서 <돌고도는 세포고백!>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신 압듈라 작가님의 해부학 만화다. 압듈라 작가님은 데뷔작을 완결 내신 이후로 덕질을 엄청 하셨는데, 그 덕질 장르가 뭐나면 <케모노 프렌즈>와 인체다. 인체 덕질을 하셨다. 그 덕질이 본인을 실험체 삼아서 운동하는 것, 해부학 자격증 따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흘러가게 되었고... 그렇게 이 만화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인체 덕질을 하는데 글로 쓰면서 공부를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서 페이스북에 만화 연재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걸 작품으로 출간할 생각 없이 그리셨는지 진짜 온갖 드립과 패러디가 난무한다. 그래서인지 문제는 만화를 다 읽고 나면 인체의 상세 정보에 대한 기억은 얕게 남고, 그 미친 듯한 드립들만 기억에 각인된다.

하지만 안에 있는 내용은 진짜 빡세고 딥하다. 의학 논문을 60개 넘게 쓰신 교수님이 감수를 맡아주셨는데, 감수하면서 “딱히 손 볼 게 없는데요?”라고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 수준의 엄청난 지식을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만화의 대단한 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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