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SideB 만화 사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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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시: 2023년 7월 28일 19시 30분

2. 장소: SWA 서울웹툰아카데미


3. 영업 작품

O 최성민 <좁은 방>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843035

쾅 코믹스에서 활동하던 때부터 계속 팔로우하던 작가의 작품이다. 이번에 만화가 협회에서 선정한 이달의 출판만화 세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카카오 웹툰에서 먼저 연재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스크롤로 작품을 볼 때보다 페이지 만화로 보니까 느낌이 훨씬 좋다고 말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덕지덕지한 녹아내린 감정의 젤리들처럼 분위기를 잡아 굉장히 만화적으로 접근해서 보여준다. 꽤나 재밌는 작품이다. 꼭 보셨으면 한다.



O 글 브라이언 K. 본, 그림 피오나 스테이플스 <사가>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5384987

여러 번 가져오려다 망설였는데 드디어 가지고 왔다. 선정적인 장면들도 많지만, 캐릭터 설정의 신선함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굉장히 폭력적인데 반대로 가족애와 인간적인 측면을 꽤 강조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보통 인간에게 가족애가 나타날 때는 사람이 죽거나 그에 준하는 이슈가 있을 때인 것 같은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그런 가족애와 인간적인 측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와 함께 여러 가지 감정들을 굉장히 솔직히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좋아한다. 책으로는 매우 비싼 편인데, 리디에서는 대여로 한 권에 1,000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도 있으니 꼭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액션 자체도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진짜 폭력성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액션을 보여줘서 독자에게 그에 관한 호불호가 생기게 만드는 지점도 좋았다.




O 픽셀 <보다>

https://www.manhwakyung.com/title/47?PrevScreen=SEARCH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내년 5월이면 사라질 만화경을 애도하며) 만화경에서 완결이 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힘들 때 이 작품을 만나게 되어 크게 기억에 남고 꽤 괜찮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살하려는 주인공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나 처음엔 어서 빨리 죽으라고 부추기지만, 결국 딱 3개월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라고 권유하면서 전체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서우가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기 위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집으로부터의 독립이고, 그 후 주인공과 저승사자의 주변 인물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세계관이 계속 확장되어 나간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내용은 매우 무거운 작품인데, 작가님이 가벼운 면을 잘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시는 것 같다.



O 이시구로 마사카즈 <천국대마경>

https://ridibooks.com/books/2066001265?_s=search&_q=%EC%B2%9C%EA%B5%AD%EB%8C%80%EB%A7%88%EA%B2%BD&_rdt_sid=search&_rdt_idx=0

SF 장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폐쇄적인 학원이라는 기관에서 교육 받고 자라는 어린 학생들의 일상과, 마경이라고 불리는 폐허화된 일본 곳곳을 여행하는 2명의 주인공 이야기이다. 이번에 애니메이션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오픈했기 때문에 만화책을 함께 추천하기 위해 들고 왔다.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다들 1권만 보고선 <약속의 네버랜드>와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절대 아니라고 호소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스토리가 매우 복잡한데, 한번 흐름이 잡히면서 이해되기 시작하면 너무너무 재미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땐 국내 인기가 없어서인지 최근까지 1, 2권(혹은 3, 4권까지)이 절판되어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다들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다시 구할 수 있는 것 같아 기쁘다.



O 사무라 히로아키 <파도여 들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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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집 종업원으로 천방지축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이 최근에 남자한테 차이게 되고, 어쩌다 술집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에게 슬픔을 호소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는 방송국의 디렉터였다. 그가 주인공의 호소 내용을 몰래 녹음해 방송을 해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 호소 내용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방송국의 권유로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되고, 그러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무한의 주인> 작가의 작품인데 평소와 조금은 다른 도구들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제목에 나오는 ‘파도여’는 바다의 ‘파도’가 아니라, 라디오에서 말하는 주파수를 말할 때 쓰는 ‘파도’를 뜻하는 것 같다. 어느 내용 정리 사이트에서 주인공을 ‘생활력은 없지만 생명력을 강한 캐릭터’라 설명한 문장을 보았는데 완전히 공감되었다. 애니메이션도 있고, 드라마화도 되었으니 본인에게 잘 맞는 매체로 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화클래식 218편 [망가다] 사무라 히로아키 <파도여 들어다오> 1-9권_LINK


O 글 아카사카 아카, 그림 요코야리 멘고 <최애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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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원작인 만화 때문에 소개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 때문에 가지고 오고 싶었다. <최애의 아이> 애니가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의 변화상을 전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화를 긴 분량으로 시작해서 이후 나머지 회차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전개가 된다. 그런데 정작 만화를 보면 애니에 비해 그렇게 속도감이 빠르지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정말 애니메이션으로 승부를 보려고 만든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시노 아이라는 친구를 주인공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인공은 따로 있다. 만화는 호시노 아이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한 서사가 먼저 완결되고 그 다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사용된 것 같다. 이야기의 구조상에 대명사가 붙은, 이름이 붙은 구조는 아니다. 이런 방식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체인소맨>이 있다. 거기도 덴지가 죽었다가 포치타를 흡수하면서 시작되니까.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두 자식인 아쿠아와 루비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호시노 아이라는 존재의 대단함을 각인시켜야 했기 때문에 1화를 길게 만든 것이다.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작품의 1화가 아무리 길어도 괜찮기에 그 덕을 많이 봤다. 

이 작품이 글로벌 히트작이 된 이유는 이야기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애니메이션과 OST, 틱톡 챌린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가 구별되는 시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중문화의 현주소 같은 작품이다.

 


O 야마다 킨테츠 <땀과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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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 연애담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성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컨텐츠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 이상을 위한, 중간층을 위한 작품은 없고 청소년이라는 극과 아예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또 다른 극을 위한 작품들이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성인 컨텐츠라는 게 마냥 성적인 것만 것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인들에게 적용되기 좋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다룬 작품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심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의 작품 같아서 소개하고 싶었다.


+ 사토미U <야쿠모 씨는 밥을 먹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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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된 <땀과 비누>의 소프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교 야구 선수와 젊은 과부와의 러브 스토리라 해야 할지 썸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인 만화다. 두 주인공이 옆집 사는 사이인데, 부모님이 해외에 계시는 옆집 남자아이의 저녁밥을 여자 주인공이 지어 주는 관계로 점점 발전한다. 둘의 나이가 10살 정도 차이나서 우리나라에서 연재되었다면 상당히 지탄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대비가 오히려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내용은 진짜 별 거 없다. 밥 먹고 썸도 좀 타고. 11권에서 완결인데 끝까지 뭔가 시작될 듯하다가 결국 시작되지 않는 점이 재미있다. 진전이 있긴 해도 열린 결말이라는 게. 그게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찰진 먹방이 끝내준다.

 


O 모쿠모쿠렌 <히카루가 죽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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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만화 중에 가장 신선했던 작품이다. 장르는 공포/스릴러에서 소프트 BL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죽마고우였던 두 남자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죽마고우 중 하나가 숲 속에서 실종되었다가 며칠 만에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둘이 워낙 친했기에 금방 다른 한쪽이 아 얘는 내가 알던 친구가 아니다, 하고 눈치챈다. 사실은 친구를 어떤 괴물이 잡아먹고 그 친구 행세를 했던 것이다. 그다음부터 일어나는 어떤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는 만화다. 일단 만화에서 풍기는 분위기 묘사가 압권이라 거기서부터 흥미를 느끼고 봤다. 여름 특유의 습하고 끈적하고 짓누르는 듯한 분위기를 공포와 결합시켜 만화에 그대로 녹여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여름의 폭염 같은 공포와 상실감을 만화적으로 잘 묘사하지 않았나 싶다.

또 적극적으로 BL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감성이 녹아 있다. 직접적인 장면은 없지만 대사나 감정선이 아주 섬세하게 연출이 되고 있다.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느낌이다. 그 연출이나 묘사가 밀도 있게 잘 되어 있다.

 


O 전구 <인문학 거저보기>

https://www.emanbae.com/series/384

그림은 귀엽지만 내용은 우리가 어느 정도 기피하는 철학에 대한 학습만화다. 요즘 이만배라는 사이트의 만화들을 열심히 보고 있다. 훑어만 봐도 똑똑해지는 느낌이 든다. 100프로는 아니지만 지식을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는 느낌? 이 만화는 그중에서도 특히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분을 확장해서 그리고, 반대로 재미없을 것 같은 부분은 함축해서 한 컷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공부하는 느낌이 들지만 계속 따라가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림도 귀엽다 보니 조그마한 캐릭터들이 투닥투닥하는 모습이 흐뭇하게 웃음 지어진다. 이만배를 열심히 보고 있고, 그중에서도 이 작품이 눈에 띄어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O 코나리 미사토 <나기의 휴식>

https://ridibooks.com/books/2066000696?_s=search&_q=%EB%82%98%EA%B8%B0%EC%9D%98+%ED%9C%B4%EC%8B%9D&_rdt_sid=search&_rdt_idx=0

'휴식'이라는 제목과 달리 힐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만화다. 주인공 나기는 처음 1권 초반을 펼쳐보면 알 수 있듯, 엄청난 곱슬머리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고데기로 펴고 출근하고, 남들의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맞추어야 한다며 어색하게 웃는 성인 여자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회사에 다니며 비밀 연애하는 남자친구 신지가 동료 직원들에게 여자친구인 자신의 험담을 하는 것을 듣고 과호흡이 와 회사에서 쓰러져 버린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 교외로 이사하여 곱슬머리에 서투른 자신과 처음부터 다시 마주보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나기의 눈치 보는 버릇은 나기의 어머니 대로 이어진다. 나기의 어머니는 시골의 좁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 나기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인물로, 나기가 자신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동시에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보통의 훌륭한 삶을 살아내어 자신을 지금의 시골에서 꺼내주길 바라고 있다. 때문에 나기를 정상성의 틀 안에 맞추어 살아가게 하려고 한다. 그런 어머니나 여타 사회의 압박에서 나기가 벗어나려 하지만 여러 가지 난관이 있어 헤매는 내용이다. 나기가 느끼는 압박 중 일본과 비슷한 분위기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자로서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봤던 만화다.

만화클래식 215편 [망가다] 코나리 미사토 <나기의 휴식> 1-8권_LINK

 


O 소복이 <이백오 상담소>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5026246

겉으로 보기에는 힐링물(?)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 만화의 대표적인 짤방(미 미 미친놈아 니가 먼저 잘못했잖아!)을 처음 보고 이 만화를 찾아내게 되었다. 위트가 있는 작품이다. 유행하는 판타지나 로맨스 장르도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지만, 이 만화처럼 삼삼한 재미를 전달해주는 장르의 매력도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만화를 본 이후로 독립만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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