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SideB 만화 사교클럽

조회수 180

1. 일시: 2023년 3월 31일 19시

2. 장소: SWA 서울웹툰아카데미


3. 영업 작품

O 고토우게 코요하루 <귀멸의 칼날>

https://ridibooks.com/books/1019009030?_s=search&_q=%EA%B7%80%EB%A9%B8%EC%9D%98+%EC%B9%BC%EB%82%A0&_rdt_sid=search&_rdt_idx=0

어릴 적에 비해 요즘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잘 안 읽고 안 보는 편이다. 옛날에 봤던 작품들 클립만 다시 보고 있다. 최근 나온 작품들 중에선 아마 다들 알고 있을 작품인 <귀멸의 칼날>을 재미있게 봤다. 귀살대의 ‘주’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땐 ‘주’ 같은 사람이 현실에는 없을 것 같았는데,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러 명의 주 중 특히 우즈이 텐겐이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나면 후배들을 뒤로 밀쳐버리고 자기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견본을 보이고, 후배가 뒤에서 자기와 같이 싸울 수 있게 돕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회사에서도 누군가는 앞에서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런 분들 보면서 더 텐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나도 그처럼 좋은 리더십을 갖고 싶어서) 특히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O 스콧 맥클라우드 <조각가>

http://www.yes24.com/Product/Goods/42645519

얼마 전에 산 책이다. 읽고 나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가져왔다. <만화의 XX>라는 유명한 만화 이론서 시리즈를 그린 스콧 맥클라우드의 작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과 만화가로서의 만화 실력은 사실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 작품을 보고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가로서의 실력도 출중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내용은 제목처럼 무명 조각가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 조각가가 자신의 죽은 외할아버지를 만나 수명을 200일만 남기는 대신 무엇이든 조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 우왕자왕하는 스토리다. 

예술에 대해 말하는 만화나 그래픽노블은 주로 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전개나 연출이 굉장히 자유롭고 화끈해서 되게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 감정이입도 엄청 많이 됐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보면 함께 가슴 뛰는 걸 느끼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O 야마카와 나오키 원작, 아사키 마사시 만화 <마이 홈 히어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646741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시민 가장이 어느 날 딸이 폭력배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장 남자친구에게 딸과 헤어지라는 소리를 하려고 찾아갔다가, 남자친구가 실은 딸을 죽이려 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어 말리려는 와중 남자친구를 죽이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야쿠자 조직의 일원이었고, 아버지는 자신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야쿠자들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추리소설 마니아에 아마추어 추리소설 작가라 여러 추리 소설에 나왔던 트릭들을 살인을 감추기 위해 이용하는 점이 굉장히 치밀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범죄 은닉의 동기는 오로지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에 있어서 갈수록 더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되게 단순해 보였던 인물들이 나중에 가면 과거나 설정들이 밝혀지면서 작품의 스케일이 점점 더 커져 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는 만화다.




O 임성민 <Point Zéro>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7653442

프랑스 유학에 다녀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살린 만화다. 첫 장면은 프랑스에 미술 공부를 하고 한국에 귀국한 지 1년 된 주인공과 그가 프랑스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지인의 대화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프랑스에 있을 때 파리가 되게 싫었는데, 요즘은 다시 파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한다. 한국에 돌아갔더니 날씨도 너무 낯설고, 모든 게 다 바뀌어 있다고. 프랑스에서도 이방인인 느낌을 받았는데, 고향인 한국에서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의 대화를 한다. 

주인공은 가고 싶었던 학교에 못 가서 유학 당시엔 파리에 있는 걸 되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모두가 파리라는, 아름다운 정취가 있는 그 도시를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몇 년 후 돌아와도 예전에 기억이 보존된다는 이야기로 작품이 끝난다. 

한국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라는 점이 신선해서 좋았고,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자체는 많은 편인데 거기서도 한국인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수채화 느낌과 간결한 드로잉이 포인트가 되는 작화도 좋았고. 살아가는 동안 전에 살던 동네가 변해버린 걸 보고 마음이 안 좋을 때가 많은데, ‘파리는 변하지 않는 도시’라고 하니 그곳은 과연 어떤 도시일까 궁금해져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만화다. 




O 이즈 토오루 <총좌의 우르나>

https://ridibooks.com/books/297020933?_s=search&_q=%EC%B6%A9%EC%A2%8C%EC%9D%98+%EC%9A%B0%EB%A5%B4%EB%82%98&_rdt_sid=search&_rdt_idx=0

한 여군 주인공이 작은 섬에 가서 그곳을 침입하려는 괴물들을 쏘아 맞추는 임무를 받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 괴물들은 주인공의 나라가 박해하는 소수 민족이었고, 시람들은 귀에 어떤 장비를 달게 되면 소수민족들을 괴물로 보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오히려 괴물들을 막아 임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뒤로 가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소수민족이 1명 빼고 절멸한 상태고. 소수민족을 절멸시키는 데 1등 공신이었던 주인공이 해당 민족의 마지막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일어나는 이중적이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완된 혁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만화를 보면서 주인공 우르나라는 인물이 함의하고 있는 바가 넓다. 착취를 당하는 징병인 입장임과 동시에 소수민족을 착취하는(학살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부모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하고. 짜여진 구조 속에서 다방면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라 복잡한 함의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예전부터 주변에 추천을 많이 했다.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 보시면 좋겠다. 




O 우미노 츠나미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https://ridibooks.com/books/297020749?_s=search&_q=%EB%8F%84%EB%A7%9D%EC%B9%98%EB%8A%94+%EA%B1%B4&_rdt_sid=search&_rdt_idx=0

만화책보다도 드라마가 유명한 작품이다. 주연배우 둘이 최근에 결혼도 했고. 이 작품의 드라마판을 먼저 본 사람이라면 만화 원작을 보고선 드라마의 하드버전이라고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요즘 것들’이라고 불리는 세대가 있다. 일명 ‘유토리 세대’라고 하는, 사회에서 쓸모가 없다고 불리는 그 세대의 이야기다. 나는 이 만화가 ‘당신들이 살고 있는 삶이 과연 당신들이 만족하는 삶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일본 만화에서 이런 게 나왔다고? 그것도 11년 전에? 엄청 놀랐다. 완결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만화 밖 세상에선 큰 변화가 없어 보여서 그것도 놀랍기도 했고. 코로나 시대에 이 만화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나온 적이 있다. 이 만화를 보며 표면에서 언급되지 않는 사회의 다면성을 느꼈고, 이 만화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이야기가 아직 한국에서는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O 닉 드르나소 <연기 수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5804233

같은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사브리나>는 크게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이 극찬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 수업>쪽도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엄청나게 몰입감이 있었다. 각자의 스트레스나 관계적 갈등을 가진 개인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연기 수업에 오게 되어 각자 어떤 역할 연기를 요구 받는다. 그 과정에서 연기란 무엇인가 깨닫고, 여기서는 더 나아가 우리가 심리극으로 부르는 싸이코드라마를 행하게 된다. 싸이코드라마 소재를 만화로 다룬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 연기로 시작을 했지만 싸이코드라마의 느낌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 내용에 필연적으로 긴장감이 발생한다. 연기 수업을 통해서 각자의 갈등이나 불안이 드러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브리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보다 보면 서늘한 느낌도 들고. 보다 보면 이 사람들을 모아서 뭘 하려는 거지? 이야기가 뭘 하려는 거지? 하게 되는 지점이 있어 몰입감이 엄청나다. 원래 그래픽 노블을 재미있게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영화에서 느껴지던 스릴감을 느낄 수 있어 매우 흥미롭게 봤다.




O 타카노 후미코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http://www.yes24.com/Product/Goods/70969323

‘만화가들의 만화가’라 불리는 타카노 후미코의 작품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노란 책>, <막대가 하나>일 텐데, 내가 생각하는 최고작은 바로 이것이다. 타카노 후미코의 대표작들을 보면 난해하고 알기 어렵다는 평을 자주 받는데,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은 스토리적인 면과 연출적인 면이  적절히 결합된 만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럭키 아가씨는 메이드인데, 일하는 집의 아가씨 흉내를 내면서 몰래 쇼핑을 하던 걸 들킨다. 그래서 일하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와중 3인조의 강도가 백화점에 와서 백화점을 털려고 하는 이야기다. 럭키 아가씨는 그 백화점을 지키려 한다. 한 마디로 밀실활극, 백화점을 구하는 이야기다. 연출적으로도 무척 훌륭하고, 공부도 되고, 심지어 재미도 있다. 이 정도 분량의 경장편 작품 중에선 진짜 다섯 손가락 안에 뽑을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O 박은아 <불면증>

https://ridibooks.com/books/505013582?_s=search&_q=%EB%B6%88%EB%A9%B4%EC%A6%9D&_rdt_sid=search&_rdt_idx=1

한국 순정만화계에서는 꽤 오래 활동하신 박은아 작가님의 초기작 단편 중 하나다. 최근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거기 있는 홈드라마적 요소가 참 좋게 다가왔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상실에 대해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게. 나는 개인의 태도와 의연한 자세를 다루는 만화에서 용기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이 만화도 상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인공 둘이 한 살 차이의 이복남매이고, 각자의 엄마와 남마가 재혼해서 가족이 된 이야기다. 순정만화다 보니까 결국은 둘이 금지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가 마지막에 가선 결국 한쪽이 죽는데, 죽은 한쪽에 대한 상실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아름답고 돌이켜보게 만드는 내레이션이 있어서 감명이 깊었다. 




O 스토리 기맹기, 작화 태건 <커플브레이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804832

강남미인의 기맹기 작가님과 원수를 사랑하라의 태건님이 연재 중인 작품이다. 연재가 시작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굉장히 오락적인 작품인데,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해서 소개하고 싶었다. 

작품 설정은 이렇다. 뭐든 잘하고 스타일리시한 대학생 태린이 본판은 좋지만 자신감 없고 꾸밀 줄 모르는 경모를 만나 그를 인플루언서로 키우지만, 경모는 옆집 사는 태린의 동기이자 망한 가수 출신인 주아와 바람이 나 환승이별을 한다. 그에 배신감을 느낀 태린과 주아의 남자친구 윤식이 두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애 프로그램 <커플브레이커>에 출연하는 것이 줄거리다. 

그런데 이때 조합에 좀 재미있는 점이 있다. 환승이별을 당한 쪽인 태린과 윤식은 성격이 상당히 강하고 고집도 있는 반면 환승이별한 경모와 주아는 원래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한 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상 밸런스가 잘 맞는다~ 싶은 건 헤어지기 전 원래 커플 쪽이다. 그런데 볼수록 앞으로의 전개는 환승이별 당한 상대들끼리 잘 될 것 같아서 앞으로의 내용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연재하면서 관계성의 균형을 얼마나 재미있게 맞추어 풀어가는지가 이 웹툰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아직 연재분이 그렇게 쌓이지 않았으니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추천하고 싶다. 

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