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해로부터


만화로 연주하는 한 편의 음악

섬 <이해로부터>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만화는 칸과 칸의 연속이다. 칸과 칸을 통해 캐릭터를 그려내고, 이야기를 표현한다. 칸이 중요한 만큼, 칸의 구성이나 크기, 배치 등도 만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네모난 칸이나 사다리꼴 모양의 칸, 테두리가 두껍거나 아예 없는 칸까지. 만화가의 의도에 따라 칸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중에서도 만화 <이해로부터>의 칸 구성은 매우 독특한 편이다. <이해로부터>는 작품의 서정적 분위기에 맞추어 칸 역시 서정적으로 연출했다. 제목부터 인물들의 대사까지 모든 텍스트가 손글씨로 사각사각 쓰여 있는 것처럼, 칸도 손글씨의 느낌을 물씬 살렸다. 칸은 대개 삐뚤빼뚤하게 그려져 있다. 가끔 어떤 칸들은 그저 커다란 붓을 한 번 그어 만든 것 같기도 하다. 투박하지만 감성적으로 그려진 칸을 따라가다 보면, 역시 손으로 음표를 하나하나 그린 한 장의 악보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해로부터>의 주인공들이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노래의 악보다.



<이해로부터>의 주인공은 작중 화자인 '나'와 그의 여자친구 '아영'이다. 이들은 노가리밴드라는 인디밴드의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다. 노래를 즐기는 방식부터 대화를 나누는 방법까지, 열이면 열 모두 다른 아영과 '나'는 곧 사랑에 빠진다. 아영의 연인이 된 '나'는 아영의 사랑스러운 점을 찾아내다가, 싸우고 다투면서 아영의 싫은 모습을 다시 발견해 나간다. 나와 아영의 서사는 길지 않다.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구성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은 나와 아영의 마음이 만났다가 틀어지는 장면을 주의 깊게 묘사하고, 몇 가지 독백과 대사를 장면들과 교차하여 그려낸다. 특히 아영에 대해 사랑스러워하는 마음과 아영에게 못마땅해하는 마음을 상술하는 부분은 마치 대구법과 같이 묘사됐다. 마치 음악의 후렴구를 반복하듯이.


작품에 오버랩된 음악 <이해로부터>는 "이해라는 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일지라도 몰라. 너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는 걸"이라고 노래한다. 가사처럼 작품도 아영과의 장면을 한 땀 한 땀 되돌아보는 듯 구성됐다. '나'는 아영과 연인이었던 장면을 상기하고, 그 당시 아영을 이해하려는 듯 그 장면들을 되새김질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때 할 수 없었던 이해를, 지금의 '나'는 한다. 이해'로부터' 바로 이 노래가, 이 만화가 시작된다.


만화 <이해로부터>는 마치 한 곡의 인디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감성을 선사한다. '수제' 감성이 가득한 삐뚤빼뚤한 칸과 연필선이 짙은 배경들은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단출하게 연주하는 반주 같다. 만화가 전하는 담백하고 소소한 이야기, 따뜻하고 간질거리는 감성 속에서 저마다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지나쳐 버린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같은 물음표를 마음 속에서 띄우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우린 달라질 수 있었을까.

Text 조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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