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만화 읽고 쓰다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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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나누고 교감하며 서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만큼이나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경험과 체험, 그리고 기억들을 나누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이 겪음에 대한 말하기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일차적인 겪음에서 나온 것이든, 타인의 겪음을 통해서 나에게 이차적으로 전달되어 온 것이든 ‘이야기’는 내게서 머물러만 있지는 않은 채 또 다른 상대를 향해 흘러갑니다.


나에게로 흘러온 ‘이야기’와 상대에게 흘러간 ‘이야기’는, 항상 다르지는 않으면서도 아직 같지는 않은 어떤 흔적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둘러싸고 나와 상대는 과연 같은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 서로를 향한 대화의 욕망은 결국 필요에 의해서 소통을 위한 장소를 요청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하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욕구와 욕망의 합이 필요를 낳고 이 필요는 즐거움의 고양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여기 소통을 위한 장소를 저는 행위-공간으로서의 평론/리뷰라 규정해보려고 합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각자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행위와 그를 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평론/리뷰는 소통을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교류하는 행위 자체입니다. 이 계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사례를 잠깐 참고해볼까요. 영화는 영상 매체라는 새로운 소통 수단을 통해서 다수의 사람을 향해 다수의 사람이 짧은 시간 내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리뷰를 만들어 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영화를 본 후에 감상 자체만의 즐거움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의 견해를 손쉽게 여러 매체수단에서 찾아내어 그것을 보며 소통과 교류에서 오는 확장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만화는 어떨까요?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일본만화라는 쓰나미에서 생명줄을 건진 한국만화는 최근 웹툰의 부흥을 맞아서 적절한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요? “독자들이 댓글이라는 형식으로 직접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은 작가가 풀어내는 경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남겨 더 많은 공통의 경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1한다는 댓글은 독자와 작가, 독자와 독자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댓글은 길이가 짧고 단편적인 감정과 생각의 표현이 대다수이며, 즉시에 새로운 댓글의 홍수에 밀려나 사라지는 잠깐의 머무름을 특징으로 하는 제약된 표현 방식입니다. 따라서 이것(댓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는 나와 상대방 서로의 생각과 감정의 조우를 위한 행위-공간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줍니다. 이에 만화 평론/리뷰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만화를 보고 만화에 대한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만들기 전부터 조촐하게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이 만화를 소비하는 많은 독자분에게 어떤 영향과아이디어가될수있다면정말큰영광일것같습니다.”2 이런호소는‘만화를보고 쓴 만화에 대한 글’, 소통을 위한 행위-공간으로서의 만화 평론/리뷰가 필연적으로 요청됨을 보여줍니다.


“웹툰에 리뷰나 평론과 비평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작품 추천 외에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3라는 고민이 담긴 질문에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정말 열심히 만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을 것이고 만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교류하고 지내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온라인이든지 오프라인이든지 함께 사랑하는 만화에 대해 다양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4라고 대답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과 같은 마음이 함께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요.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임신을 경험할 수 없는 남성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직까지 느끼지 못했던 글 쓰는 어려움을 만나게 되었다. 내 시선이 차별적이진 않을까, 쉽게 비판하진 않을까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고민하고 있다.”5 이처럼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심려는 ‘이야기’를 나눔에 있어서 꼭 필요한 핵심일 것입니다. 상대방과 내가 서로를 향해 여는 열림. 그것이 행위-공간으로서의 평론과 리뷰입니다.


1 이재민⋅성인수, 『만화읽고쓰다』, 인수니즘 코믹스, 2018, 55 쪽

2  『만화읽고쓰다』, 8 쪽

3  『만화읽고쓰다』, 233 쪽

4  『만화읽고쓰다』, 9 쪽

5  『만화읽고쓰다』, 57 쪽 

 

Text. 방서한

Image. 성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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