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산산죽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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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예술작품은 그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항상 세상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죽음'은 모든 생명에게 끝이 존재하는 한 '사랑'과 함께 영원히 활용될 테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어나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살아서 느끼는 행복과 자유에 점점 익숙한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 있다는 공포, 허무, 답답함을 필두로 한 이 죽음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는데, 임나운 작가의 2018년 작, [산산죽죽]은 그런 상상력의 승화로 이루어진 '죽음'과 그것을 기준으로 남겨진 사람들의 차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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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의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의 저서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보면 우리가 단순히 '죽었다'라고 부르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말하며 그 과정을 D1, D2, D3, D4, D5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처음 호흡이 멈춤과 동시에 혈액이 응고되고 근육이 경직되며 동공의 반응이 없어지는 현상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몸의 부패가 시작되는데 이 나열된 단계를 하나씩 밟다가 결국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영역'에 다다르면 비로소 우리가 말하는 '죽음'이라는 것이 선언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이 완전한 죽음으로 향해가는 단계마다 정립되어있는 의학기술을 총동원해 생명을 되돌리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되돌아오는 환자들도 있고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 일부로 어떤 단계에서 기계를 통해 더 완전한 죽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강제로 멈춘 후, 필요한 사투를 벌이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런 실질적인 죽음에 대한 것과 철학적인 고민을 [DEATH]라는 책은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 피지컬(몸)이 죽음에 이르는 단계에 대한 설명이고 정말 존재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영혼(마음)의 영역에 관해선 이 책에서 조차 독자의 견해에 맡기고 있는데 이 점이 수 세기 동안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견해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작품에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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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운 작가의 [산산죽죽]의 경우 이런 영혼이 온전한 죽음에 이르는 유예기간을 3년으로 두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조그마한 원형 구멍을 통해 살아있을 때 자신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조건부로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첫 기일이 다가온 주인공 '그 녀석'의 독백과 함께 한쪽은 '위에서-' 다른 한쪽은 '아래에서-'의 시점으로 이 기일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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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 번쯤 상상해본다. 내가 죽어서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 영혼만은 남아서라도 나에 대해 읊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혹은 내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설사 그것이 망자의 욕심이라고 해도 섭섭하지 않도록. 적어도 약간의 세월은 날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천수를 누리고 찾아온 죽음이 아닌 젊은 나이에 하늘에서 툭 하고 끊어져 내린 죽음이었다면 적어도 "그래 이거면 된 거야."라는 마음은 들 수 있도록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의 움직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임나운 작가의 [산산죽죽]에서 주인공 '그 녀석'은 구멍을 관찰하며 본인만의 차분한 방식으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몇 가지의 장면을 나름 얌전히 기다리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에도 차분함과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경건함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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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작업방식은 컴퓨터를 활용한 작화인데 기존의 작품인 [우리 이제]와는 좀 다르다. 명암을 과거 출판만화에서 활용하던 스크린 톤의 느낌을 내며 살렸는데 브러쉬 느낌의 민무늬 명암보다 약간은 더 빼곡히 차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았을 때 임나운 작가는 해왔던 것을 계속 고수하기보단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가져가 보려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특유에 잘 만들어진 그릇에 작품을 담아내는 듯한 스토리라인과 부담되지 않는 작화와 공간 활용이 앞으로도 발전해 나간다면 독자의 관점에서 꾸준히 지켜보는 맛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바로 이 [산산죽죽]이라는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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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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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성인수

Photo. 임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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