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퐁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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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이기심을 부추기는데 그 어떤 거리낌도 없고 오히려 더 편리하게 그 마음을 발현하도록 종용한다. 다만 법으로 약간의 체면치레를 요구하는 정도다. 또한, 반대로 양보와 헌신을 하고 싶어지는 존재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인 것도 분명하다. 배워서 알게 되고 경험으로 익힌 예의(매너)가 아닌 나도 모르게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고 내 것보다 먼저 챙겨주고 싶고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는 흔히 말하는 '온전한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존재 말이다. 우린 살면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또 서로에게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한들 인간이기에 밀려오는 수많은 아집과 오해, 시간이 지나면 지쳐가고 사그라지는 마음을 얼마나, 또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마음이 흩어질 때마다 다잡으며 이만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을 부여잡고 인내하며 자신을 시험에 들도록 해야만 하는 것일까. 주변 지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별과 결속의 계기는 결국 사소한 몇 마디와 행동이 이런 감정 위에 쌓이고 쌓여 어느 날 문득 그 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위에 서술한 거대한 의문과 함께 한국에서 그 어려운 독립 출판만화를 해내고 있는 IAN COMICS(이안 코믹스)의 이안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 오늘 내 작업실로 배송되었다. 제목은 [퐁퐁] 2018년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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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작가의 그림은 입체적인 느낌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그리면서도 도형에 충실한 입체적인 선을 만들어 낸다. 특히 캐릭터의 허리라인의 툭- 떨어지는 듯한 잘록한 묘사도 매력적인데 그것과 함께 매 컷의 캐릭터 표정이 다르고 컷마다 캐릭터의 손들도 놀지 않고 그 감정전달을 돕고 있어서 좀 더 확연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작가로서 그림을 보며 참 쉽게 잘 그린다는 느낌을 받는데 요즘 연구 중인 정형과 비정형의 조화로움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 부러울 때도 종종 있다. 전작인 [안티 피터팬(2018)] 때에는 디지털 원화 작업과 브러시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퐁퐁]은 수작업 느낌이 강했는데 겉 선이 얇아진 만큼 비어있는 공간을 더 얇은 선들이 채우고 수채물감이 종이에 번진 듯한 컬러들로 채웠다. 무엇보다 그것이 조화로웠고 배경과 캐릭터 간의 달라붙는 문제나 어지럽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피사체에 시선이 적절히 잘 집중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안티 피터팬] 때보다 이번 느낌이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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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은 매우 짧은 단편이다. 지난 2018년 5월에 팟캐스트 관련 녹음을 할 때 [안티 피터팬] 다음으로 "퐁퐁이란 세재 하나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파국에 대해 그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기대엔 작품 외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예상치 못했던 재치도 함께 존재했었다. 예를 들어 [안티 피터팬]의 경우 첫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잘못 만들어진 책은 레어템입니다. 간직하십시오."라는 문구를 보며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얼마나 마이너한 감성인가. 메이저서점에서 산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면 당장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작가 본인인 그것을 "싼마이-"라고 표현했지만 마이너한 독립 출판만화 시장에서는 이런 재치들이 독자들에게 작가를 좀 더 입체적인 존재로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번 작품의 표지도 마찬가지다. 직접 퐁퐁 세제를 손으로 하나하나 그렸고 그 앞에 세제마다 향을 가려놓았는데 뜯어보니 난 '우유 향'이었다. 어떤 분은 '케챱 향' 이었다고 한다. 혹시나 해 코로 향을 맡아 보았는데 딱히 어떤 향이 나진 않아서 "뭐야?" 하면서 껄껄 웃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소소한 이벤트가 되고 기억이 되는 재치다. 이안 코믹스의 작품들은 이런 감흥을 작품 외적으로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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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은 모든 생명이 서로에게 느끼고 교감하는 분명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인류처럼 고농축의 스트레스에 매일 시달리고 다양한 망상을 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상황과 비교 대상이 있는 사회를 가진 생명체에겐 그 가치를 위협하고 깨뜨릴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퐁퐁]의 두 주인공도 그 불편하고 지치는 감정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 조금씩 쌓여 가는 어느 시점에 있다. 삶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매번 사이클을 돌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돈을 벌어오는 일, 청소, 세탁, 음식의 섭취, 사람들과의 대화, 운동 등.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침묵'이 주는 달콤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상대에게 그 사이클을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서로에게 바라는 현실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기에 누군가 잠시 좀 더 무거운 짐을 들고 그 일상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생활 자체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상대방이 느끼기 시작하면 관계가 불안하게 되고 그렇게 이뻐 보이던 웃는 모습조차 여러 망상과 오해로 관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대부분 원하는 것은 자신의 희생이 밑거름되어 이 사람의 앞날에 도움이 되고 둘 사이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희망과 전망인데 그 에너지는 영원한 것이 아니며 그 기대에 부응하는 진정성과 태도를 상대방이 보여주지 못하면 방에 떨어져 있는 수건 하나 때문이라도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사랑과 그 결실의 한 형태로 다수가 서로의 일상(사생활)을 한 집에서 공유하는 결혼 및 동거를 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랑 위에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대하는 삶의 태도가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에 국한되거나 하나하나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언제라도 그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퐁퐁]을 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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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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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동지라는 이름으로 사용자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우리가 누리는 만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싫어도 나의 삶에서 책임져야 하는 최소한의 단위가 있다. 그것을 타인에게 미루는 것을 습관화하지 말자. 나를 위해 그것들을 책임져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절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사랑은 주고자 하는 마음이지 받고자 하는 마음이 일정의 순간을 넘어 관계 전체를 지배하면 당신을 둘러싼 배려와 사랑과 희생은 더 이상 기쁨이 아닌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삶에 무거운 쓸쓸함을 남긴다. [퐁퐁]은 이 과정의 끝자락을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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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독립 출판만화의 길은 매우 험하다. 작품제작을 포함 기본이 '투 잡'인데 그 정도로는 현실을 헤쳐나갈 뿐 그것으로 미래를 준비할 순 없다. 그래서 늘 프리랜서로 외주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 상황에서 혼자 책을 기획하고 만든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고 지치는 외로운 싸움이다. 이런 과정에서 작품을 단기간에 기획하고 제작하며 작품 외적으로 재치있는 요소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이안 작가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이 작품활동에 임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지만 부디 지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열정에도 그 근원에는 에너지가 되는 원천이 있는데 그것을 쓸 때 쓰더라도 늘 다시 차오를 수 있을 정도의 여지와 여유는 남겨야 한다. 너무 단기간에 바닥까지 끌어올려 써서 다시 차오르지 않아 힘들어하는 작가들도 종종 발견하곤 했다. 독자들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고 시간은 많다. 천천히 차오르면 차오르는 만큼의 작품들을 진실되고 멋지게 발표하여 모두에게 건강한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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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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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성인수

Image. 이안

Photo. 성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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