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환생(幻生)


거꾸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이상은의 '언젠가는'의 첫 두 소절이다. 누구는 젊음을 살 수만 있다면 지금껏 쌓아놓은 부와 명예를 모두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젊은 날엔 정말로 젊음을 모르고,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젊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깨닫는 수밖에 없다.


고루한 말이지만, 시간은 한 번뿐이어서 소중하다. 우주가 생긴 140억 년 가까이 한 번도 역전된 적 없는 시간의 흐름은 우리를 늙어가게 만든다.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모두 죽는다. 우리는 삶을 두 번 살 수 없고, 늙어본 사람이 아는 젊음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천관희 작가의 <환생(幻生)>에선 그것이 가능하다. 젊은 날을 되찾는 것, 심지어 지금의 내 몸보다 유전적으로 더 완벽하고,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가능하다. 적어도, 작품 속에서 이상한 기계 위에 누워있는 노인은 그렇게 믿고 있다.



작품 속 노인은 환상 속 세계에서 시계를 보지만, 시계에는 바늘이 없다. 어딘가로 늦지 않기 위해 달려가지만,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세계 속에서 그는 과연 뭘 보고 싶었던 걸까.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인의 의식을 따라 작품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환상세계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연출이 눈에 띈다.


섬뜩한 그림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고루할 정도로 반복됐던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명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가 배치한 미장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이해하게 된다. 작품에서 파생될 수 있는 철학적 주제 역시 다양하다. ‘몸을 바꾸는 행위’는 윤리적인가? 자연소멸이 아니라 생명 연장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늙음’을 ‘질병’으로 파악하는 사회는 어떤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작가는 여기에 대해선 답을 내리지 않고, 오로지 ‘환생’에만 집중한다.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제목이 다시 눈에 띈다. 還生이 아니라 幻生인 이유에 대해, 작가는 답을 마련해 놓았다. 섬뜩한 작품이지만 반복해 읽을수록 눈에 띄는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첫 작품은 언제나 읽어볼 가치가 있다.


Text.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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