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똑똑똑! 누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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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재미'를 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평소 '재미있다/없다'를 논할 때 쓰는 단순함을 넘어선 상징적이고 넓은 범주의 '재미'를 뜻한다. 예를 들어 이 범주의 끝과 끝에는 타인을 괴롭히고, 조롱하고, 비굴하게 만들거나 부당하게 빼앗아 채우는 자신의 쾌락 또한 매우 비권장하는 '재미'에 속하고 반대로 자신의 소유 혹은 시간을 나누어 타인의 절박함을 해소하는 일 또한 매우 권장할 만한 '재미'에 속한다. 다만,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기준과 분별은 한 인간의 삶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한 헌신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고, 또 이런 헌신의 마음과 행위 속에 약간의 불손함이 잡티처럼 섞여 있다고 해도 만약 그것이 상대방을 절박함에서 구해내 잠시나마 여유를 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면 그 또한 권장할 만한 일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무결한 감정으로 종교적 헌신과 마찰이 없는 이상적 나눔을 그 사람의 남은 생애 전반에 강요하는 것은 자주 보기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비극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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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나는 얼마 전까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반년 전, 우리 오피스텔 화단에 고양이 부부가 탄생해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가족을 꾸렸다. 녀석들은 원래 화단과 폐기장에 따로따로 살았었는데 어느 순간 오다가 눈이 맞았는지 같이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서로 따로 있을 때부터 저녁이면 오피스텔 앞, 뒤를 누비며 주식 사료와 간식 캔을 섞어주던 나는 어미와 새끼가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료까지 따로 구입해 근 한 달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폐기장과 주차장엔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났다. 고양이들은 철저한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가 그 구역을 차지했다 싶으면 목숨 걸고 빼앗지 않는 이상, 발정기를 제외하곤 주인이 있는 구역으로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하여튼 며칠 고민에 빠졌던 나는 "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안 만들려면 풍족한 사료와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주차장에 나타난 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캔을 또 대량 구입해 소분(큰 봉투의 사료를 사서 그대로 방치하면 사료 향이 다 날아가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은 봉투에 따로 담아 놓는 방식)을 했고,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오피스텔을 돌며 녀석들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때 졸지에 내가 먹여야 하는 고양이는 집 안에 4마리, 집 밖에 4마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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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고양이 부부가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어디선가 더 데리고 나타났다. 역시나 한 번에 한 마리만 낳았을 리가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적지 않게 당황한 나는 그래도 좀 더 넓고 둥그런 그릇을 사서 온 가족이 함께 사료를 둘러앉아 먹을 수 있도록 조처를 했고 앞 화단의 고양이 가족이 다 같이 모여 내가 주는 사료를 먹는 모습을 뭐가 그리 좋은지, 10분 넘게 히죽거리며 쳐다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제 내가 케어해야 하는 고양이는 집 안에 4마리, 집 밖에 6마리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걸 재밌어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고민이 되었고 난 스스로 나의 이런 행동을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앞서 설명한 고양이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또  평소의 나의 삶에 대한 충실함이 닭, 돼지, 소고기를 그렇게 많이 소비해도 되는지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해갈의 심정, 그리고 그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자유롭고 우월하며 맛있는 식량을 공수해 올 수 있는 내가 무엇인가를 베푸는 나의 멋진 모습에 취해있는 감정도 약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이 너무 크게 발현되면 이상한 군림과 수직의 권위를 고양이에게서조차 찾으려는 생명체로 내가 변해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하자는 결론을 내리면서 요즘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최대한 루틴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전시공간'과 'SideB'가 함께 준비했던 <정신과 시간의 만화방, 2호점 SIDE B> 전시장에서 무화과 작가의 <똑똑똑! 누구냥?>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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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작가의 <똑똑똑! 누구냥?>은 작가가 어느 가을밤, 가로등 아래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그리게 된 작품으로 길고양이들이 모종의 소통을 통해 집사를 선택한다는 음모론과 길고양이의 삶에 대한 고충, 인간과 공존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재미있는 시선으로 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책 소개에 "이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더욱더 따뜻한 시선으로 길고양이들을 바라봐주길 바라며!"라는 문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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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재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말 길고양이들이 자신의 구역을 벗어나 회동을 할 때면 정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겠냐는 자연스러운 상상에 매우 적확하다. 그리고 길고양이들 하나하나의 생명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도록 만든다. 또한, 유쾌한 작품 속에는 이제는 '공존'이라는 단어에 있어 나 또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생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품게 만든다. 이 과정은 무작정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거나 길고양이의 간택을 받아드려 책임지는 행동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스쳐 지나가기엔 이젠 각자에게 주어진 여유 안에서, 그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삶 위에 조금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생명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좀 더 완성되어가는 삶의 희열과 재미를 분명 느끼게 해줄 것이다. 여유로움이란 모든 것이 사라진 삭막함 속에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그러하게 피어오르는 속을 내가 거닐고 있을 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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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무화과 작가의 <똑똑똑! 누구냥?>은 단순한 '재미가 있다/없다'라는 관점에서도 재미가 있고 또 삶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기를 희망하며 거리를 거니는 많은 사람에게도 삶의 어떤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작은 아이디어가 되어주는 그런 작품이다. 나는 오늘 저녁에도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러 간다. 일주일 전부터는 주차장에 또 한 마리가 늘어나 집 안에 4마리, 집 밖에 총 7마리의 고양이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아마 새로 나타난 검은 고양이는 주차장의 고양이가 마음에 들어 자신을 받아줄 때까지 천천히 구애하는 것 같아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마리를 보고 있으면 또 다른 측면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덕분에 나의 삶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선 위에 더 풍요로워진 하루하루를 사진으로 남길 필요도 없을 만큼 매일 충실히 느끼며 그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분들에게도 앞으로의 '공존'을 배워나가는 과정의 작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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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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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성인수

Book & Comics. 무화과

Image. Side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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