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재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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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게 막막할 때가 있다. 출근길은 너무 멀고, 몸을 일으키기조차 무거워서 중력마저 미워지는 시간. 그럴 때면 나는 김연아를 떠올린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느냐는 말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하고 하던 스트레칭을 마저 하는 모습. 신기하게 그걸 생각하면 일어나서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는 것이 (여전히 귀찮지만) 해낼 만 하게 느껴지곤 했다.


<현재의 방>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방이 엉망진창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뭔가 대단한 계기로 대모험을 떠나는 용사들을 그린 작품을 보면 첫 장을 읽고 덮게 되었다. 그것보단 그냥 관심 있는 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농구를 시작한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그보단 "전력 외" 판정을 받고 매일 500개의 슛을 쏜 신준섭에게 더 눈길이 가는 사람이 됐다.



그렇게 매일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쌓인 빨래 더미를 보고 짜증을 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창틀에 쌓인 먼지를 보고 답답해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 일상을 유지시키는 에너지를 아까워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며칠에 한 번씩은 다짐한다.


그럼에도 가끔 마음이 삐죽 튀어나오는 때가 있다.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나 '시시콜콜한 일들은 시시한 일' 취급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땐 그렇게 할 걸, 내일은 어떻게 버티지? 하는 생각에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럴 땐 머리속을 비운다. 김연아의 말을 떠올리고, <현재의 방>에서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고 나를 다독인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사실 매일을 챙기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밥을 차려 먹는 것도, 그걸 치우는 것도, 또는 그걸 모두 해결할 돈을 벌어오는 것도. 그걸 버거워하는 당신이건, 또는 그걸 잘 해내고 있는 당신이건, <현재의 방>은 당신의 마음을 쓰다듬어 줄 만화다.


Text. 이재민

Book. 김마토

Image. Sid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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