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부녀가 간다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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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들 알잖아요. 낭만이 왜 낭만인지

나는 명절에 가족 모임을 갖지 않는다. 이렇게 된 지 몇 년 됐다. 프리랜서로 일했던 나의 직업을 묻는 말이 싫었고, 일 년에 두 번이나 그걸 설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싫었다. 가족 모임을 가져 봤자 내게 돌아오는 건 “넌 어디 다니냐”는 물음이었다. 이제는 아마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질문이 날아올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가족 모임에 나가지 않은 건, 집안 어른의 장례식에서 일을 돕고 있으니 ‘그런 거 하지 말고 이리 오라’는 남자 어른들의 말과 ‘남자애가 도와주니 이렇게 쉬운데’하는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다. 어른들과 싸울 용기가 없던 난, 그냥 그 상황을 피하기로 했다.


써니사이드업 작가의 <유부녀가 간다>는 말하자면 그런 선택지가 없는 사람의 이야기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면서 겪은 에피소드에 픽션을 더했다. 이건 그의 데뷔작인 <부부생활>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계란후라이 조리법을 가리키는 작가의 필명에 빗대자면 노른자가 촉촉하게 익은 ‘써니 사이드’가 <부부생활>이었다면, 불 조절을 잘못해서 타버린 아랫면의 이야기가 <유부녀가 간다>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주의적 팀플레이어

작가는 살아온 배경이 달라 생겨나는 평행선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점들을 언급한다. 이 과정에서 써니사이드업 작가는 개인주의적 팀 플레이어로서 ‘팀’을 만드는 결혼생활을 그린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맡은 일을 하며 팀워크를 맞춰 나가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 정말 귀한 존재다. 작품에 이 말이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작가의 고민은 나의 공간을 지키고 상대의 공간을 배려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개인주의자를 이기주의자로 오해하곤 한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성공-최소한 현상 유지-를 위해서 타인을 해쳐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며느리가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하지 않고 남편 밥이나 챙겨주는 존재로 만드는 사람들이나, 함부로 ‘아이 하나는 낳아야지, 하나는 너무 적고 요즘은 둘은 낳아야지, 셋? 셋은 애국자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팀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그런 말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의사를 묻는 사람들이다.


나를 잊지 않는 것들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를 잊지 않는 것’은 때론 차별적이다. 예를 들어 ‘나를 잊지 않는 것’이라는 말에서 예비군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남성이다. 하지만, 가족 모임에서 나에게 잊지도 않고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강요하는 것을 떠올렸다면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ㅁ서방 피부가 까칠해진 것 봐라, 밥은 잘 챙겨 먹이냐”고 입에 밥을 처넣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에게 묻는 무례함은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 작가의 말 대로 학력, 커리어와 같이 사회에서 본인의 가치를 만드는 것들은 모두 지워지고, 오로지 남편을 챙겨 먹이는지,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반찬을 야무지게 담는지가 가치를 결정한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가부장제의 그늘은, 정작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가부장제는 이기주의자들의 비위를 맞추고 낭만을 지키기 위해 편입된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이렇게 말하긴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아저씨들이 나와서 ‘너는 결혼하지 마라’는 말을 우스개랍시고 던지는 예능들을 보다 보면 <유부녀가 간다> 같은 작품이 전하는 고민은 거창해질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 밥을 잘 챙겨 먹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라면 물이라도 올리게 되는 삶을 살지 않는 남성들이 결혼에 대해 타박하는 것은 꼴사납다. 낭만을 살겠다고 주장하는 아저씨들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지워지는 것은 참아주던 시대는 끝났다. 아니,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관성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낭만이 낭만인 이유는, 나의 낭만을 위해서는 돈을 쓰건, 다른 사람의 삶을 희생하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기주의자들의 낭만을 위해서 희생당한 존재들이 누구인지-주로 여성-가 드러나고 있는 시대에, 그래서 무엇보다 작가가 여성의 목소리로 결혼생활에 대해, 또한 프리랜서로서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반갑다.


Text. 이재민 -> 브런치 링크

Book. 써니사이드업 -> 인스타그램 링크

Image. Sid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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