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옥수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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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감정의 충만함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시기가 존재하기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그 시기를 '사랑을 하고 있다.'고 부르는데 이것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시간과 환경이라는 조건 속에서 우리를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변온 동물의 체온처럼 출렁이는 감정선을 따르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몇 줄로 요약되는 사람에 대한 기억뿐이다. 가끔은 이것이 큰 감정의 응축을 일으켜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최은옥 작가의 [옥수수 왕국]은 앞서 설명한 감정의 충만함이 주변의 환경과 시간에 시험을 치르는 중인 흑백 청춘을 담담히 그려낸 단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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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큐비즘(Cubism)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이 실질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평면 위에 그동안 보아왔던 피사체의 여러 모습을 표현해냄으로써 눈으로만 보는 이미지를 넘어 각자 머릿속 이데아를 조합해 낸다는 것에 기법적 매력이 존재한다. 최은옥 작가의 [옥수수 왕국]을 조우하면 우선 그런 입체적인 성격이 녹아 있음을 가장 먼저 직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입체성과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만화는 컷의 연속성과 함께 캐릭터 또한 연속성을 가져야 하기에 어느 정도는 독자가 고정된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로 그림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은옥 작가의 그림체는 큐비즘을 필두로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에 영향을 받고 진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정리된 것은 분명해 보였고 매우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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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은옥 작가의 [옥수수 왕국]은 짧은 단편이지만 이런 그림체 위에 차갑고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따뜻한 현실 속에서 차라리 순수한 어딘가로 돌아가 원래의 감정에 충만 하고자 노력하는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연인을 보며 한번은 모든 것으로부터 뒤돌아서서 둘만의 세계로 떠나 버리고 싶었을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들이 순수한 이데아 속에서 보여주는 여러 모습이 처음엔 당황스럽다가 그조차도 순수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최은옥 작가의 [옥수수 왕국]에 완전히 초대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책과 함께 동봉되어있는 옥수수 씨앗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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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가가 자신의 그림체를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 그림은 그리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굉장히 축복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최은옥 작가의 그림체는 이미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고 있고 인스타그램이나 입고되지는 않았지만 [속앓]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 현재의 그림들도 점점 자신의 스타일이 견고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최은옥 작가의 장편 만화를 볼 수 있다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작가의 세계관과 발전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단편인 [옥수수 왕국]부터 천천히 읽으며 기다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분명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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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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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성인수

Cover. 최은옥

Image. Sid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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