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풍, 로자 룩셈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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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룩셈부르크 사후 100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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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룩셈부르크는 독일에서 활동한 폴란드 출신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혁명가다. 사회주의 정권의 수립을 위해 대중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고, 대중들을 설득하는 대단한 연설가로도 알려져 있다. 1871년 태어나 20세기의 대표적인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로 활동한 그는 1919년 1월 15일 체포되어 이송 도중 호송병들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후 100주년을 맞는 올해, 베를린에서는 1만명이 모여 추모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모노켈 시리즈로 <태풍, 로자 룩셈부르크>가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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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로자가 베를린에서 사민당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부터 스파르타쿠스 혁명 중 피살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의 삶에서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기다. 로자가 연설을 통해 전했던 메시지들과 주요 행적을 따라가며 역사서 너머에서 볼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와 로자의 주변에 있었지만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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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로자의 연설 속에는 아직도 실존하는 문제들, 특히 여성과 관련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값싼 노동력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들, 동일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더한 착취에 시달리지만 보이지 않게 가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자는 “계급의 적은 누굽니까!”라고 묻는다. “노동자들이 윤택하고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현실에 어두운 사람이며, 복지와 행복을 말하는 사람은 현실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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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 보면 먼저 20세기 초를 떠올리게 하는 타자기로 찍은 듯한 폰트가 눈에 띈다.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은 오래된 느낌을 살렸다. 모노톤에 목탄과 펜으로 그린듯한 그림이 묘하게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 로자, 그리고 그의 사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가운데서도 로자의 연설 장면을 통해서 느껴지는 힘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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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후반부 부록에 등장인물이 소개되어 있어 분량을 짧게 하느라 소개되지 않거나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들 중에 당대에 굉장히 중요했던 인물들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부록을 앞으로 빼서 먼저 등장인물들을 읽고 가도록 했다면 독자들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컷간 간격이 거의 일정해서 공간의 전환, 시간의 변화 등을 눈치채기 힘들다. 예를 들어 1막에서 호텔에 묵고 있는 애인을 만나러 갔다가 애인과 다투는 장면에서 갑자기 “룩셈부르크 박사, 클라라 체트킨 동지와 함께 당의 여성운동을 맡아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장면으로 전환되는데, 독자로서 두 시점간의 차이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기 힘들다. 이런 장면이 때때로 등장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정보량이 많은데 비해 설명에 할애하는 비중이 적어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놓치는 정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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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시리즈’라는 점에서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게다가 불꽃처럼 살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전성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로자를 조명한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자본주의의 본질과 노동계급의 정치화를 꿈꾸던 로자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 그리고, 그가 떠난 뒤 백년간 우리는 얼마만큼 나아갔다고 볼 수 있을까. 그의 백주기에 그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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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이재민

Cover. 모노켈 출판사

Image. Sid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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