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있잖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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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존재의 인정에서부터 온다. 그리고 이것은 '차별'이 아닌 '분별'의 태도를 가지는 데 있어 중요한 뿌리게 되는 데 한 개인에게서 이런 태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며 얻게 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소화하며 그 속에 변화를 가져가다 보면 본능적으로 발생하는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도록 자신을 항상 훈련하는 습관을 들여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와 다름을 응시하는 경우란 스스로 그 일에 있어 제삼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타인의 감정적 호소나 이입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런 경우는 이성적인 판단과 근거로 평등하게 대하려는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건 습관이 된다면 쉬울지 몰라도 갑작스러운 경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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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는 암수 구별 없이 사랑할 순 있어도 사람이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할 순 없다고 말하는 시대에 여전히 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사랑'이라는 것을 18세기 이후의 유럽이 규정해놓고 점점 왼쪽 대륙으로 수출한 '섹스'와 '소유' 그리고 '번식'이라는 매우 협소한 범주 안에 욱여넣었기 때문인데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감정의 응축으로 내뱉은 '사랑'이라는 단어의 모든 형태에 공통으로 속해있는 것은 바로 '아낀다.'는 감정과 태도였을 뿐이다. 연인끼리의 사랑이나 부부의 사랑, 부모의 사랑, 자식의 사랑, 동료에 대한 사랑, 세대의 사랑 등 이 모든 것은 상대방을 아껴주는 마음 위에 서로 다른 욕구와 욕망이 개인이나 시대에 필요한 형태로 부합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이 '아낀다'는 마음만 존재하면 어떤 형태라도 늘 구현이 가능하다. 그 존재 자체를 아끼는 마음만 존재한다면 우린 어떤 형태의 유동적인 사랑도 가능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마음을 상대가 거부한다면 그 또한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 이전의 단계에선 심지어 같은 사람보다 길거리에 오래된 '돌'이나 공룡의 뼈도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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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에 대한 분별력을 기르기 어려워하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이고 덕분에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그 마음이 작품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는데 굄 작가의 [있잖아, 나]는 그런 쉽게 꺼내지 못하는 20대의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귀여운 그림체와 은유로 잘 표현해 놓았다. 그 속에는 친구에게 한 첫 커밍아웃부터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야기이기에 이해하기 쉽도록 용어설명도 실려 있고 작가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고자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되었는데 무려 6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고 그만큼 수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있어 실생활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음이 증명되는 현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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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깨닫고 살아가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또한 라깡의 말처럼 그 사회의 구성원이 자신에게 원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아를 자신도 모르게 형성하고 그 언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그들 인생 하나하나도 물론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이런 소중한 삶 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또 어떤 사람인지 자각하고 살기를 원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라 불릴 수 있고 축복받아야 하는 자각이 사회적 반대와 편견에 부딪혀 한 개인의 마음속에서 문화적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은 분명한 큰 슬픔이고 손실이다. 우리가 비록 제삼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슬픔을 이겨내고 당당히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동시대 창작자의 작품은 분명 소장할 가치가 높고 그런 의미에서 굄 작가의 [있잖아, 나]는 반드시 SideB.kr에 입고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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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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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성인수

Cover. 굄

Image. 성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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굄 작가 [있잖아, 나] _ 구매하기

https://sidebkr.imweb.me/BOOKS/?idx=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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